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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딜이라는 신뢰

May 13, 2015

핫딜이라는 신뢰

전체 모바일 구매 비중이 30%를 넘어서고, 여성 의류의 경우에는 50%를 넘는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 다른 것은 몰라도 화면이 작아서 쇼핑만큼은 모바일로 못 하겠다는 소리를 했었다. 점점 모바일이 익숙해졌을 때, 책이나 전자제품처럼 스펙이 확실한 것들은 몰라도 옷만큼은 못 사겠다는 소리를 했었다. 짧은 시간동안 많이도 틀렸다 :) 실상은 옷이 엄청나게 팔린다.
 
커머스 기획자로 일하면서 가장 의욕이 안 생기는 원인으로 ‘나 역시 쇼핑할 때 가격을 최우선시한다’는 점을 꼽았다. 기획자로서 어떤 편의성을 추구한들 5000원, 10000원 깎아주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낮기 때문에 내 일의 가치를 못 느낄 정도였다. 지난 번에 국내 이커머스에 대한 추천글 소개라는 포스팅을 올릴 때 인용한 이미지를 다시 사용하였다.
 

 
종합쇼핑몰이니 신뢰는 이미 충족시켰고, 그 다음이 가격이다. 그런데 마케팅이 가격을 앞섰다. 신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핫딜이라는 말은 요즘 통용되는 단어이지만, 이 포맷의 원조는 소셜커머스다. 그리고 그의 원조는 티켓몬스터고. 티켓몬스터는 당시 하루 동안 50% 할인이라는 점을 내세워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적어도 그 날 만큼은 티켓몬스터에서 사는 것이 가장 쌌다. ‘가장 싸다’는 이 폭발력은 실로 어마어마했고, 너도 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각자가 ‘가장 싸다’는 이야기를 했고 초반에는 실제로 그러했겠지만, 갈수록 취급 상품이 많아지고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 말이 유명무실해졌다. 하루에 3,4개를 다룰 때는 그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상품이 수천개가 넘어갔으니 일반 쇼핑몰과 다를 바가 없다. 소셜커머스는 그냥 상품상세 페이지가 깔끔하게 정돈된 모바일 친화적인 쇼핑몰이 됐다.
 
그렇게 소셜커머스는 사라졌지만 핫딜이 남았다. 소셜커머스 스타일의 상품판매는 핫딜이라는 포맷으로 둔갑하여 거의 모든 쇼핑몰에 적용됐다. 올킬, 슈퍼딜, 쇼킹딜, 오클락 딜, 지니딜, 해피바이러스, 땡큐딜 등 나올 수 있는 단어는 다 쓴 것 같다. 이런 다양한 이름이 나와도 비웃을 수 없는 것이, 실제로 나오는 매출이 상당하다. 그리고 눈여겨 볼만한 점은 여기에 등록된 상품은 실제로 가장 싸지 않다는 점이다. 한때 소셜커머스는 가장 쌌다는 그 믿음이 아직까지 이어져서, 적어도 그 날 하루 만큼은 핫딜이 전국에서 가장 싸다는 신뢰를 만들어냈다. 우리 모두는 네이버나 오픈마켓에서 검색해보면 실제로 가장 싼 상품이 무엇인지 금방 찾을 수 있지만, 모바일에서는 검색이 번거롭다. 이 번거로움이라는 틈새를 핫딜이라는 신뢰가 말끔하게 채웠다.
 
혹자는 이 현상을 최근 마트에서 가격 장난을 쳤던 것 (원래 5천원인데 1+1에 1만원으로 한다든가)과 같은 관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현상이 매우 놀랍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다는 희열마저 느껴지곤 하는데, 프레임을 바꿔서 가격보다 우선순위를 앞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