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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Touch: Nikon Df

November 21, 2013

KudoTouch: Nikon 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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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Df / 1/40s / F4 / ISO 1000 / 50mm

니콘의 과거 여행.

최근 카메라 시장은 크게 두 가지 트렌드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스마트폰이 계속해서 컴팩트 카메라 시장에 덤비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DSLR이 소형화되면서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하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태어난 점이라고 하겠다. 최근에는 미러리스 카메라에 풀프레임 센서를 박아버린 물건도 나왔을 정도다.

이러한 움직임에 매우 소극적인 회사가 하나 있으니, 바로 니콘이다. 니콘의 미러리스 카메라인 니콘 1은 아무리 좋게 말해줘도 망했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고, 사실 니콘 입장에서도 그냥 “남들이 하도 다 하니까” 대충 낸 모양새이다. 그리고 여전히 DSLR에만 목숨을 걸고 있다.

그 와중에 흥미로운 카메라가 나왔다. Df. Digital Fusion(F를 소문자로 둔 이유는 필름 SLR 시리즈인 F 시리즈와 헷갈릴까봐라고)라는 의미를 둔 이 새로운 DSLR은 흡사 니콘이 과거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다.

– Df로 찍은 사진들은 EXIF 정보를 표시했고, 어떠한 후보정도 거치지 않았음을 알려드린다.

2013-11-20 at 14-43-22우연찮게 니콘 Df의 제품 체험 세미나에 참석할 기회를 얻었다. 용산 아이파크몰 내에 있는 니콘 샵인 디지털 청풍에서 이뤄졌다. 수술로 인한 휴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로 가는 거라 좀 걱정스러웠지만, 다행히도 붓기도 많이 빠져서 딱히 눈에 띄지는 않았다. (말만 안하면.) 원래 판매점인 곳에 자리를 겨우 마련하는 거라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환경이 좋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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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on Df / 1/250s / F5 / ISO 8000 / 50mm

이번 세미나는 사진작가이시자 니콘 포토스쿨의 강사이시기도 한 김주현씨가 진행했다. 듣자하니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니콘을 쓰셨다고 한다. 김주현씨가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면서 니콘 측에서 Df 시연제품을 앉아있는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체험이 진행됐다. (니콘 측에 따르면 시연제품은 모두 28일에 판매를 시작할 최종양산형이라고 했다.)

2013-11-20 at 15-51-15바로 시험촬영을 해보고 싶었지만, 무려 배터리가 빠져있는 복불복 당첨 (…)

어찌됐든, 니콘 Df를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바로 “Digital Fusion”이라는 제품명의 뜻일 것이다. 복고풍의 디자인에 최신 기술을 박는 것. 디자인은 딱히 특정 기종에서 가져왔다기보다는 여러 기종에서 조금씩 가져와서 짬뽕을 했다고 보는 편이 더 옳아보인다. 시연제품은 모두 실버 색이었는데, 생각외로 투톤 색이 잘 어울린다. 원래 블랙 빠인 나지만, 만약 Df를 산다면 실버를 고를 거 같다.

2013-11-20 at 15-54-45Df가 처음 공개됐을 때 “너무 뚱뚱하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뭐, 필름 SLR이랑 비교하면 그럴 지 몰라도, DSLR이랑 비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위 사진의 D300이랑 비교한 사진만 봐도 바디가 훨씬 짧다. 사실, Df의 무게는 710g으로, 니콘이 지금 만드는 FX 포맷 (=풀프레임) DSLR 중 최소형에 최경량이다.

2013-11-20 at 15-52-14 2013-11-20 at 15-51-58Df의 또다른 복고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다이얼부다. 오른쪽에는 셔터 속도를 1스탑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고, 왼쪽에는 노출 보정과 감도를 1/3스탑으로 설정할 수 있다. 모든 다이얼은 잠금 버튼이 있어서 이를 눌러야만 다이얼을 돌릴 수 있다. 이렇게 기계적 다이얼을 많이 구비해둔 것은 직접 조작하는 손맛을 위해서라고 한다. 실제로 짧게나마 만져본 순간에도 이러한 손맛은 중독성이 강했다. 다이얼의 느낌도 그렇지만 돌아갈 때 내는 딸깍딸깍 소리도 그러하다. 오른쪽을 보면 필름 SLR을 떠올리게 하는 다이얼 외에도 PASM 모드 다이얼이나 연사 모드 설정 등 현대적 조작 다이얼도 섞어놓았다. 이러한 배치를 보며 김주현씨는 “정말 애쓴게 보인다”고 했다.

2013-11-20 at 15-12-14뒷모습은 영락없는 DSLR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이 아쉽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복고풍을 살려내자고 DSLR의 조작성을 포기하는 건 좀 아닌 듯 싶다. 니콘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둥그런 아이피스는 플래그십에만 탑재되는 것으로, Df가 D4와 어느정도 같이하는 게 있는 것을 보여준다.)

2013-11-20 at 15-13-17Df를 실제로 쥐어보면 아주 편하다고 할 수는 없겠다. 그립이 기존 니콘 DSLR에 비해 많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셔터 버튼 위치도 내가 쓰던 D300에 비하면 위치가 조금 더 뒤라 적응이 필요했다. 하지만 두 손으로 안정적으로 파지하면 훨씬 낫다.

Df의 센서는 1,625만화소로, 프레스 기종인 D4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프레스 기종의 센서는 소니에 외주를 맡기는 게 아닌 니콘이 직접 만드는데, 화소 수가 적기는 해도 대신 발군의 고감도 노이즈와 구형 렌즈를 물릴 때의 화질 보존을 얻을 수 있다. 사실, 2,000만화소 넘어가면 컴퓨터에서 편집하기도 힘들어진다. (별로 그렇지 않다구요? JPEG로 찍으셨거나 맥 프로를 가지신 모양이네요.)

Df의 복고풍 디자인과 같이 오는 것이 바로 구형 렌즈 지원이다. Ai 렌즈와 Non-Ai 렌즈를 따로 조정할 필요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인데, 김주현씨에 따르면 이게 D200 정도까지 있다가 사라진 기능이라고 한다. “여러분의 장롱 속에 있는 옛날 렌즈를 꺼내 쓰실 수 있어요”라고 하는데, 정작 나는 가장 오래된 렌즈가 AF 50mm F1.4D라…

Df에는 동영상 녹화 기능이 빠졌다. Df의 배터리로는 버티기도 힘들 것이었고, 사진을 찍는 것에만 집중을 하는 카메라라는 컨셉으로 설계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난 개인적으로 동영상이 크게 필요하진 않다. 어차피 대부분의 동영상은 아이폰에서 처리해주니까. (내가 동영상을 잘 찍는 타입도 아니고.) 그런데 아쉬울 사람들은 꽤나 아쉬울 거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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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Df 제품샷 (by RX100 & D300)

이제 니콘 Df로 찍어본 샷들을 올려보겠다. 딱히 제한된 공간에서 피사체도 없고 해서 앞에 있는 Df 샘플을 열심히 촬영해봤다. 거의 모든 사진이 고감도이고, JPEG 파인으로 찍었다.

Nikon Df / 1/6s / F8 / ISO 1000 / 50mm
Nikon Df / 1/20s / F4 / ISO 1000 / 50mm
Nikon Df / 1/4s / F4 / ISO 1000 / 50mm
Nikon Df / 1/20s / F4 / ISO 1000 / 50mm
Nikon Df / 1/30s / F2.8 / ISO 1000 / 50mm
Nikon Df / 1/125s / F6.3 / ISO 6400 / 50mm
Nikon Df / 1/25s / F8 / ISO 8000 / 50mm
Nikon Df / 1/250s / F5 / ISO 8000 / 50mm
Nikon Df / 1/60s / F8 / ISO 8000 / 50mm

내가 샘플샷을 맥북 프로에서 보면서 든 생각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아직 니콘의 JPEG 프로세싱 능력은 내 기대치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ISO 6400에서 노이즈가 가차없이 올라오는 듯하다. 물론 카메라 세팅 자체에서 노이즈 감소가 꺼져 있었다면 할말은 없지만. 또한, 저러한 고감도 상황에서도 살아있는 계조가 매우 놀라울 지경이다. 비슷한 환경을 D300으로 찍으면 십중팔구 암부가 RAW에서도 복구가 힘들 정도로 완전히 망할텐데, Df는 아무것도 안 건드린 JPEG에서도 암부를 잘 살려내고 있는 편이다. 실로 놀랍다. (아니면 그만큼 내 D300이 구닥다리이거나…)

오늘 니콘 Df를 만져본 소감은 이렇다. 필름 시절을 기억하시는 분들께는 향수를,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전달해주는 카메라. 물론 이를 위해 치뤄야할 328만원이라는 가격은 꽤나 높다. (바디만, AF-S Nikkor 50mm F1.8 스페셜 에디션이 포함된 키트는 356만원) 니콘 쪽에서도 많이 팔 기대를 가지고 만드는 제품은 아니라고 한다. (일단 일본에서 생산하는 니콘 제품은 그렇게 많이 만들 제품이 아니라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Df로 사진을 찍는 순간, 니콘이 주장하는 Pure Photography가 무슨 뜻인 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가지고 싶은 카메라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아직 내 마음 속에 니콘 그 자체는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다.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과거 여행을 하고 있는 Df가 그것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