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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왜 쓰려고 하나 – 5월 이상한 모임 후기

June 2, 2015

나는 글을 왜 쓰려고 하나 – 5월 이상한 모임 후기

사실 전날에 늦게 잠든 터라, 집을 나서기 전에 세미나를 갈까말까 매우 고민했었다.

가지 않았다면 난 꽤나 아쉬운 선택을 할 뻔했다.

평소 고민하던 글쓰기에 대한 전반을 아우르는 세션 구성이 탄탄해서 계속 집중해서 보았다.

뒷줄에 앉아 조용히 정민석 교수님의 학술대회 빙고를 맞추며 노닥거린건 함정.

나는 글을 왜 쓰려고 하나

정확히는 좀 더 잘 쓰고 싶은 욕심때문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QA인 만큼 업무 특성상, 글로써 오류 현상을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나름대로 잘 풀어서 설명한다고 하였으나, 가끔씩 내가 적은 글을 보고 개발자 분들이 다시 되묻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오해 없는 글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하긴 한다만… 최소한 그 횟수 만큼은 줄이고 싶었다.

물론 한번에 오해없이 글쓰기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겠지만, 사람과 사람간에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좀 더 명료하고 간결하게 글을 작성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IT인들은 어떤 글쓰기를 하는지 보고자 세미나를 신청했다.

인상 깊었던 세션

가장 인상깊었던 세션은 아무래도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아웃사이더님의 블로그 주도 개발 세션이었다.

업무 상 필요한 내용을 검색하면서 나도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종종 들렀던 기억이 나는 블로그라 더욱 그렇다.

영어 실력이 없다고 판단되어 전문을 번역해버리는(!) 놀라운 일을 벌이기도 하고, 몇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와닿는 내용이라 정리해보았다.

내가 가져다 쓴 소스 코드가, 지식이 내것이 되게끔 하는 과정

고쳐 쓰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되려면, (그 누군가는 결국 앞서 말했듯 몇개월 뒤의 나 자신이 될 때도 많다)

글을 읽고 따라하면서, 혹은 설명이 잘 되어 있어 보고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그런 글이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좋은 하나의 글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자료 조사도 많이 해야하고, 내가 틀린 부분이 없나 잘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디지털 시대에 오면서 글이 틀렸다고 한다면 다시 수정하면 된다. 고치고 또 고쳐서, 올바른 글로 고쳐나가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월요일에 있었던 회사 아침 PT 시간에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여러분, 그거 아십니까?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던 헤밍웨이도 글을 200번 고쳐썼다고 합니다.

어쩌면 글을 한큐에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큐에 쓰더라도 100% 다 맘에들지는 못하겠지.

간단한 일이라고 무시할 게 아니야

그리고 처음 시작은 거창하지 않고, 다소 간단한 내용으로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초기에 적었던 글로는 자바스크립트의 replace 기능에 대해 길게 적은 글이 있어요. 지금이야 API 문서 보면 되는 내용이지만, 당시에는 저도 잘 몰랐으니까 적었어요.”

지금 발표하는 분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다 잘 해내지는 못하셨다는 말이다.

나 역시 여전히 배워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그리고 용어 정리도 잘 안된 상태기 때문에 가벼운 내용부터 차츰 진행해 갈 것이다.

어쩌다 한번 하는 일이라도 언젠간 또 하겠지

자주 반복하지 않는, 설치 과정 등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1년에 nginx 서버를 몇 번이나 설치하시나요?

내 업무인 QA 직군의 특성상, 여러가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지우는 작업을 반복한다.

실사용자와 동일한 환경에 놓여보기 위해, 나 역시 설치를 매번 수행하며 환경 구성을 열심히 한다.

그리고 그 다음번에 설치하려 할 때 순서가 기억나지 않아 또다시 반복하곤 한다. 혹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반복되는 업무라면, 혹은 나중에 한번이라도 다시 찾아보게 될 과정이라면.

이 과정 자체를 기록하여 남겨서 다음 작업 때는 좀 더 수월하고 시간이 덜 걸리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꾸준히 하거라

누군가 세션이 끝나고 질문하기를,

“맨날 일 끝나고 블로그 글쓰고 다음날 일하고 글쓰고.. 취미생활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취미가 있긴 한건가요?”

라고 할 정도로, 정말 꾸준히 쓰셨다.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별로 없는거 같긴 하네요~”

라며 다른 취미를 언급하긴 하셨지만..

꾸준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아니,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 자체는 확실히 어렵다.

하지만 습관이 무서운 것이, 어느덧 그것을 체득하고 난 뒤에는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닌 일인 경지에 오르게 된다.

발표자 분은 그 경지에 어느정도 오른 것 아닐까 싶었다. (물론, 요즘엔 시간과 일에 치여 많이 뜸해지셨다고는 한다)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업무 매뉴얼

3개월 전에 짠, 자동화 스크립트 코드인 AutoIt3 코드가 있다. 간단한 스크립트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 함수를 쓰고 이 변수를 여기다 넣어놨는지, 이것이 무엇이었는지 찾느라 한참을 찾아보곤 한다.

구글링을 해도 다시 한참을 뒤적이며 헤매인다. 실력의 부재도 있겠지만, 내가 짠 것인데도 왜이리 낯선 것인가.

(아, 물론 전임자에게 소스 코드를 받긴 했지만 리뉴얼로 코드가 몽땅 바뀌는 바람에 거의 다시 다 짰다.)

그럴때 내가 작성한 블로그의 글을 찾아보며, 이는 곧 직접 찾아볼 수 있는 업무 매뉴얼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

여태까지 개발한 소소한 것들 외에도 새로 만들 내용 역시 이 과정을 체득해두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결론

세미나 참석 이유로 그 시작은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였으나.. 마무리는 사실 개발에 대한 욕심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로 결론이 났다.

결론적으로 나 역시 기술 블로그를 운영해보기로 했다. 이 작심삼일은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아는 내용 중 비교적 최근에 했었던 개인 업무 위주로 조그맣게 적어 나가고 있다. 주력으로 작성할 것은 아마도 AutoIt3Python 쪽이 되지 않을 까 싶다. 당장 현업에서 작은 툴 만드는 것으로 쓰고있으므로..

미래의 나가 도움받을 수 있도록 간단한 내용이라도 조금 상세하게 풀어써야겠다. 블로그의 글을 읽어보며 미래의 나가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 수 있다면, 이는 곧 나 스스로에게도 이득이며, 이는 곧 실력 향상의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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