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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직장

July 6,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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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직장

오늘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을 한다. 지난 번 회사도 나쁘지 않은 곳이었고, 나를 시니어 개발자로 승진(?)시켜 준 곳이라 꽤 애착이 있던 곳이었으나, 2년 이상 근무했고 더 이상 내 커리어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 새 직장을 알아본 후 몇 군데와 협상하여 최종적으로 이 회사를 선택했다. 이 글은 이직을 결정한 후 구직 활동 중에 벌어진 일들에 대해 정리 차원에서 적는 것이다.

이직 결심

이직에 대한 생각은 사실 올해 초부터 있었다. 올해 초에 있던 인사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았는데, 그 이유들 중 큰 것 두가지를 보자면

  • 한 프로젝트에 비공식적으로 소방수로 투입되어 개발을 하던 중 셋째 출산 때문에 인수인계 없이 발을 뺐던 적이 있다. 내가 작성하던 코드는 당연히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였고, 이를 인수인계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매니저는 그 말을 듣고도 무시했고, 기존 프로젝트 개발자는 결국 다시 처음부터 새로 작성해야 했다고 한다. 결국 인사 평가에서는 이 부분이 마치 내가 도와준다고 해놓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결과 그 프로젝트가 지연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니 시발 내가 왜 덤태기를 써야 하는데!
  • 회사 운영 조직은 ITSM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서비스 데스크와 나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에러가 자주 일어났다. 이유는 내 매니저가 중간에서 계속 커뮤니케이션 블로커로 작용했던 것. 자기한테 맡겨 놓으라고 해놓고 아무런 액션이 없었던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 진행상황을 팔로업하면 열에 아홉은 매니저가 손 놓고 있던 상황. 그런데, 이게 나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부족으로 평가되더라.

이 밖에도 몇가지가 더 있으나 거의 대동소이한 식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딱 하나.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위에 언급한 저런 부분들은 내 잘못이라기 보다는 내 매니저가 중간에서 조정만 잘 해놓으면 개발자 입장에서는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될 부분인데, 매니저의 무능함이 인사 평가에서 내 뒤통수를 후려 갈긴 셈이다. 그 전부터도 뭔가 계속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이 때 굉장히 많이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슬슬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소극적인 구직활동을 벌였다. 에이전트가 연락을 해 오면 그제서야 이력서 보내주고 하는 식으로…

본격적인 구직 활동 시작

원래 이 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보장 받은 것은 쉴 새 없는 프로젝트 투입이었다. 하지만, 나를 영입(?)했던 매니저는 구조조정으로 나가 버렸네?

반면에 새 매니저는 나를 계속해서 유지보수 인력으로 활용을 했다. 처음에는 프로젝트 리더를 맡기더니 그 프로젝트가 나가리가 나자 그다음부터는 일단 유지보수를 하고 있으면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을 시켜주겠다고 철썩같이 약속을 했더랬다. 하지만 일년이 지나도 계속 유지보수 업무를 하고 뜬금없는 소방수로 프로젝트에 투입이 어쩌다가 되는 현실… 계속 매니저에게 어필을 했으나, 이 매니저는 “나중에~”, “곧~”, “다음 번 프로젝트에 넣어줄께~” 하는 식으로 계속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계속해서 PoC를 만들어 주면서, 이걸 이렇게 개선해야 하니 프로젝트 오픈하면 나를 넣어달라고 몇 번 제안을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그 PoC를 갖고 다른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더라. 이거 뭥미?

결국, 이 회사에서는, 아니 이 매니저는 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구나 라는 결론을 내리고, 나를 좀 더 활용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구직활동의 시작이 바로 이때쯤이다.

퍼스

처음에는 서호주 퍼스에 있는 컨설팅 회사에 지원을 했다. 마침 지인이 그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그 분을 통해 지원을 했다. 이력서는 손쉽게 통과를 했고 전화 면접도 화기애애하게 잘 넘어갔다. 그런데, 이차 기술 면접 일정을 잡아 연락을 준다던 HR 담당자가 갑자기 잠수 모드로 pow변신er. 결국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에이전트를 통해서 했다면 원래 에이전트는 그런 식이니까 그러려니 했을텐데, 나름 꽤 큰 컨설팅 회사의 HR 담당자가 이렇게 입을 싹 씻다니… 두 번 정도 더 연락을 해보고 계속 씹히길래 맘을 접었다. 언젠가 다시 나에게 연락이 올 지도 모르겠으나, 아마 안 갈 듯. 삐짐.

브리즈번

그 다음으로 지원한 회사는 브리즈번 소재의 보험사 전산실. 여기서는 전화로 기술 면접을 진행했는데, 아오… 상대방 말을 거의 못 알아들어서 인터뷰 폭망. ㅠㅠ 와… 진짜 영어가 영어로 안 들렸음. ㅠㅠ 이 이후로 살짝 멘붕이 와서 잠깐 정신을 놓고 살았다. 부들부들.

서울

한국의 한 스타트업에도 입사 지원을 했다. 미국 시장을 메인으로 공략하는 소셜 미디어 스타트업인데, CTO로 재직하시는 분께 비록 온라인이긴 하지만 기술적으로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배웠던지라… 다른 걸 다 떠나서 그 분과 꼭 일을 함께 하고 싶더라. 그 회사의 또 다른 테스트 성애자 개발자님도 몇 번 댓글을 섞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정말정말 같이 일하고 싶었던 회사였다. 게다가 당시 나의 어정쩡한 – 한국도 아니고 호주도 아닌 – 상황을 이해해 주실 것 같은 싸장님하도 내 이력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어느 정도 진행이 되어가던 시점이었는데, 아래 기술할 몇 가지 일들이 생기면서 아직까지는 인연이 아닌 걸로 생각하고 지원 프로세스를 중단 시켰다. 하지만 꼭 어떤 식으로든 함께 일해보고 싶은 분들이고 회사이기도 하다. CTO님의 모두까기 하는 성향도 나랑 비슷함 ㅋ 하앍~ 나중에 한국 들어가면 고기 사주신다고 약속하셨음. ㅋ

멜번

브리즈번 전화 면접에서 폭삭 망한 후 멘붕이 오던 시절 한 에이전트가 다리를 놓아준 중고 자동차 온라인 오픈 마켓 회사. 닷넷 쪽으로 꽤 안정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레퍼런스도 많고 회사 문화도 굉장히 좋아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회사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마침 기회가 생겼네? 냉큼 지원. 재밌는 건 최근에 그만 둔 회사에서의 내 전임자가 이 회사에 지금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구한테 살짝 연락도 걸쳐 놓고 해서 첫번째 이력서, 두번째 전화 기술 면접까지는 잘 진행이 됐다. 세번째 대면 기술 면접에서 나름 세시간 정도 시간을 들이고, 굉장히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다. 특히 이전 회사에서 내가 주력으로 관리하던 시스템 아키텍처에 대해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그 아키텍처의 장단점에 대해 심층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고, 그에 따른 부수적인 내용들도 질문과 답변을 진행해 나갔다. 만약에 내가 그 아키텍처를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오고갔다.

특이했던 것은 화이트보드 위에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게 한다거나 로직을 설명하게 한다거나 하는 방식을 요구했다. 이게 나름 신선했는데, 아무래도 칠판에 뭔가 남아 있으니까, 다들 한 주제로 가지치기해 나가다가 다시 칠판의 주제로 돌아와서 다른 얘기를 계속하게 되고 하는 식이어서 굉장히 빡센 면접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버킹검 자기네 팀 문화를 내가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탈락. 디지털 에이전시처럼 최대한 빠른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는데, 내 기술력이나 이런 것들은 다 좋지만, 계속 큰 조직에만 있다보니 그런 Agile Delivery 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 부분 때문에 나를 제외했단다. 아니 시켜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걸 알 수 있담. 야튼, 그런 연유로 탈락.

굉장히 가고 싶었던 회사들 중 하나였는데, 떨어지니까 기분이 좀 묘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지.

그 다음에 어찌어찌 하다가 링크드인에서 “니가 관심 가질만한 포지션” 해서 리스트가 보이길래 쭈욱 훑어보다가 하나를 봤다. 이곳도 멜번 소재 컨설팅 회사. 그래서 게시물 올린 사람 일촌 신청하고, 이메일 두어번 + 전화 두어번 후 이력서 투척.

그런데, 이와 동시에 또다른 컨설팅 회사에서 직접 연락이 왔다. “내가 니 링크드인 프로필을 봤는데, 우리 회사에 지원해 보지 않으련?” 한 번에 두 컨설팅 회사에 지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이 두 컨설팅 회사 역시 이름이 꽤 있는 곳들이고 밋업에서 수시로 보이는 회사들이어서 한번쯤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곳들이었다. 이 회사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다니…

그래서 두 회사와 동시에 진행을 하기 시작했다. 편의상 링크드인에서 내가 먼저 연락한 곳을 A사, 먼저 나에게 연락이 온 곳을 B사라고 하자. B사와는 두 번의 전화 면접을 진행했고, 세번째 HR 면접, 네번째 심화 기술 면접, 다섯번째 컨설턴트 적성 면접, 이렇게 다섯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면에 A사와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면서는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했다. 우선 전화로 일차 면접, HR 담당자와 2차 대면 면접을 본 것 까지는 원래 그러려니 했다. 세번째는 시험을 본댄다. 코딩 테스트는 아니고 컨설턴트로서 적성검사를 하는 거랜다. 네 시간 짜리 시험이라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갔다. 나의 약속 시간은 1시. 그런데 이미 오전에 와서 시험을 보고 나오는 사람들이 몇 있었는데,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똥 씹은 표정으로 나오는 것이다. 문제가 굉장히 어려운가보다… 하면서 내 차례가 되어 시험장으로 들어갔고, 시험을 쳤다.

시험 내용 자체는 딱히 어렵지는 않았다. 간단한 산수 문제들이었는데, 정답을 찾아내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이었다. 시험의 목적은 고객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어떻게 하면 단순화 시켜서 기술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총 다섯문제였는데, 난 한시간 반 정도 해서 끝냈다. 그리고 바로 제출하니까, 내 면접 담당자가 벌써 끝냈다고 놀래 하면서 그 다음날 기술 면접 일정 잡고 끝냈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전화가 와서, “야 니꺼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점수가 굉장히 높네? 이거 90점 이상 맞는 사람이 흔치 않던데… 그래서 내일 기술 면접은 안 보기로 했어. 넌 합격이야. 레퍼런스 체크하게 연락처 두 개만 줘.” 하더라;;;

그리고, 그 다음날 레퍼런스 체크 후 A사로부터 바로 오퍼를 받았다. 당연히 기분이 좋았지. 얼떨떨하기도 했고. 아니 기술 면접을 안 보다니? 도대체 그 적성검사가 뭐라고?

그런데, 이 시점이 B사와는 심화 기술면접이 끝난 시점이었다. 기술 면접 내용은 아무래도 내 이력서를 바탕으로 얘기를 하는 것들이다보니 앞서 떨어졌던 중고 자동차 온라인 판매 회사와 비슷한 내용을 진행이 됐다. 차이점이라 하면, 앞서 떨어진 회사는 전형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다면, B사의 기술 면접은 컨설팅 회사라서 그런지 어쩐지 면접관과 두 시간 동안 끊임없이 수다를 떨다 나오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내 소개로 시작해서 그냥 거기에서 얘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진행되어 나가는데, 말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면서 자신이 궁금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스킬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고, 어떨 땐 서로 맞장구를 친다거나, 어떨 땐 서로 “난 다르게 생각하는데? 넌 어때?” 하면서 상대방을 설득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계속 자연스럽게 진행을 했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흐르고 난후 꽤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서 최종 컨설턴트 적성 면접 일정을 잡던 중에 A사로부터 오퍼를 받게 된 것이다. B사도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A사의 오퍼는 일단 보험으로 두고 B사의 최종 면접까지 진행을 했다.

B사의 최종 면접은 내가 컨설턴트로서 자격이 될까? 라는 것에 방점을 둔 면접이었다. 아무래도 이전 경력이 모두 순수 개발자로서 현업 담당자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비중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HR에서의 피드백, 기술 면접에서의 피드백이 모두 “기술적으로는 훌륭하나 컨설턴트로서는 검증이 아직 안됐다.” 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 약간 긴장을 하고 들어갔는데, 여기도 주욱 내 얘기를 들어주면서 진행을 하더라. 재미있는 건, 내 학부 전공이 사범대였고, 교생 실습 경력 + 과외 경력 등을 굉장히 흥미롭게 받아들이면서 그정도면 고객의 눈높이에서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는데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피드백을 그자리에서 받았다. 게다가 영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 역시 무언가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모습으로 보여서 그 부분 역시 고려했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여러분 학부 때 전공이 굳이 IT가 아니어도 되네요. 그리고, 기술관련 꾸준 블로깅합시다. 다 도움이 되네요. 그러면서 “너님 합격!” 그 자리에서 말하면서 레퍼런스 체크를 하자고 한다.

이곳도 그렇게 해서 오퍼를 받았다. 그래서 결국 내 손엔 A사와 B사의 오퍼가 들어온 상태. “와… 둘 다 가고 싶었던 회산데, 둘 다 합격을 했어. 어떻게 결정해야 하지?” 정말 결정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한 푼이라도 더 준다는 회사로 가야겠지? 하고 B사로 결정했고, 그 회사에 오늘 첫 출근을 한다.

공교롭게도 이전 회사는 비슷한 시점에 미국 본사에서 분사하여 호주의 사모펀드에 팔렸다.

인생은 타이밍

컨설턴트. 그냥 개발자 포지션과 얼마나 다를 지는 모르겠다. 좀 더 말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 정도? 어쨌거나, 오늘부터는 또 새로운 시작이다. 호주로 넘어온지 이제 딱 만 10년이 됐다. 그런 차원에서 새로운 커다란 도약을 하는 것도 참 행운이라면 행운일 것이다.

Good luck to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