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트립 투 이탈리아 – 여행이 고플 때 관람주의

July 10, 2015

트립 투 이탈리아 – 여행이 고플 때 관람주의

6월에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가 열렸었는데, 정작 음악영화 같지 않은 영화가 흥미를 끌었다. 『트립 투 이탈리아』라는 영화인데, 영국 남자 둘이서 이탈리아의 유명한 레스토랑의 음식을 맛보며 리뷰하는 내용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음식 영화’에 훨씬 가깝고, 국내 프로그램에 비유하자면 『꽃보다 할배』 의 영화판이다.

주인공 둘은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영국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각자 본인의 이름으로 출연해서 본인의 실제 커리어에 대한 농담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웃음 포인트를 100% 이해할 수는 없다. 게다가 사전 지식 없이도 웃을 수 있는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것은 민망하기 그지 없는 수준이라서, ‘왜 부끄럼움은 나의 몫인가’ 라고 중얼거릴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김영철이 2시간 동안 극장 스크린을 가득 채운 상태로 성대모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극 중 배우도 성대모사 중독증에 걸렸는데, 문제는 전혀 비슷하지 않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곧잘 생각나곤 하는데, 순전히 이탈리아 경치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 서부의 해안도로를 다니면서 ‘이렇게 멋질 수가 있나’ 라고 감탄했었는데, 더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있었다. 이탈리아는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밀라노 등 대표적인 도시 밖에 모르지만, 소도시의 경치는 이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에도 이탈리아 편이 방영 중인데, 이 영화와 방송을 보면 이탈리아에 가고 싶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영화는 여행이 고픈 사람에겐 비추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대리만족하고픈 사람에겐 권하고 싶다. 대신 오글거리는 장면을 못 견딘다면 스킵하면서 경치라도 보길. 수많은 개인기 퍼레이드와 수다 속에서 앨라니스 모리셋에 대한 이야기와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그 부분만큼은 좋았다. 앨라니스 모리셋은 내가 중학생 때 인기가 많았는데, 그 당시엔 그렇게까지 좋아하진 않았지만 영화 속 음악은 참 좋았다. 딱 이 부분만 ‘음악’ 영화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