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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저장은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August 10, 2015

컨텐츠 저장은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Pocket이다. 설치한 크롬 익스텐션 중 압도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고, 맥 & 폰 & 패드 등 모든 디바이스에서 상당히 자주 실행하는 앱이다. 특별히 선호하는 디바이스가 없이 골고루 사용한다. 그야말로 어디서든 쓰기 좋게 잘 만들어진 앱이다. 나는 크롬을 쓰기 때문에 몰랐는데, Firefox에는 기본 기능으로 탑재가 됐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기념으로 Pocket의 CEO가 작성한 The Internet Needs a Save Button 이란 글을 접했는데 재밌는 부분이 많아 정리하였다.

특히, 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통되는 컨텐츠의 양과 한정된 시간의 관계, 그리고 각 시대별 인터넷의 주요 키워드를 정리한 그래프가 인상적이었다. 볼만한 글은 넘쳐나는데 시간은 없고. 그리고 그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잡아 최적화된 저장 서비스를 만든 것은 참 탁월한 선택이다.

그리고 약 20억개의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뽑은 인사이트도 흥미로운데, 이는 컨텐츠 저장은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iOS에서 저장한 유저 중 70%가 iOS가 아닌 다른 디바이스 (안드로이드, 킨들, 윈도우)에서 읽는다고 한다. iOS가 아닌 다른 OS도 마찬가지고. 즉, Safari의 읽기도구처럼 특정 OS에 종속된 ’기능’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이 현상은 퍼블리셔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The New York Times는 가장 많이 저장되는 퍼블리셔 Top 5 중 하나인데, 전체로 보면 그 양은 1% 미만이라고 한다. 그러니 NYT 내부에 ‘저장’ 기능이 있다한들, 유저 입장에서는 아주 적은 컨텐츠만 저장되는 기능이니 사용성이 좋을리 없다. 즉, OS나 퍼블리셔의 기능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구나’라고 느낀 부분은, 저장 기능이 컨텐츠에 미친 영향에 대한 내용이다. 바로, VOD의 등장이 복잡한 스토리텔링을 가능케 했다는 것. 불과 10~20년 전만 하더라도 TV는 본방사수를 해야만 했다. 그 시간을 놓치면 재방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그러나 VOD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원하는 시간에 컨텐츠를 볼 수 있게 됐는데, 이 덕분에 House of Cards나 Game of Thrones 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정말로 생각해보면 그렇다. 짧게는 두달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항상 본방사수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예전 같은 환경이라면 하나만 놓쳐도 스토리 따라가기 어려운 드라마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읽기’ 컨텐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Pocket 같은 Read it Later 서비스 덕분에 긴 글이 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5년도 상반기에 가장 많이 저장된 아티클 500의 평균 길이는 3190 단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읽는데 약 15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컨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Pocket류의 서비스를 쓸테니, 전체로 보면 작은 부분에 불과하겠지만 SNS 영향으로 짧은 글에 길들여지고 있는 현실에 이런 변화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