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났으나 화가 가라앉을 리 만무하다. 거의 두 달 가까이 준비해온 행사를 죽쒔기 때문이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장소 선정이다. 역세권에 위치하거나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어느 정도의 주차가 가능한 곳이 주위에 있어야 한다. 너무 좁아도 안 되고 너무 넓어도 안 되고, 너무 더워도 안 되고 너무 추워도 안 된다. 가로로 넓어도 안 되고 세로로 넓어도 안 된다. 계단식 강의실이나 세미나형 강의실이나 장단점이 존재한다. 홀이나 로비의 유무에 따라서 리셉션이나 케이터링의 유무도 달라진다. 당연히 스폰서나 광고를 위한 부스 설치 여부도 달라진다. 이러한 행사 장소 선정은 소규모일 때에는 선택지가 높은 편이지만, 100명 이상의 규모로 올라갈수록 그 선택지는 손가락안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며, 대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보통 이상한모임 커뮤니티에서 하는 오프라인 행사는 일반적으로 두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갖는다. 장소, 디자인, 홈페이지, 기념품 제작, 모객, 홍보 등 해야 할 일은 수십 가지지만, 본업을 가진 사람이 행사를 오퍼레이팅 하기란 쉽지 않으니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조사하고 준비하고 진행해야 겨우 날짜에 맞출 수 있다.

서울 시내에서 무료로 대관할만한 곳은 디캠프, 팁스타운, 마루180,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네이버 D2 스타트업팩토리, 구글캠퍼스 정도가 있는데 나머지 디캠프나 마루180은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네트워킹하기엔 비좁은 편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스타트업팩토리는 수용인원(60-70명)에서 이미 어렵고, 구글캠퍼스는 유료행사의 경우 승인이 쉽지 않아 대관 신청을 아예 하지 않았다. 결국, 남는 것은 팁스타운이고, 작년 12월 연말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만족한 편이었기에 이번에도 대관을 신청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행사 6주전) 일이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기다려도 연락이나 메일이 오질 않고, 100명 이상 모객을 하려면 최소 한 달은 홍보를 해야 하기에 조바심에 먼저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예약은 가능하나, 7월 1일부터 대관료가 유료로 변경된다. 신청한 내용에 따르면 90만 원 정도가 청구될 것이다라는 답변을 듣고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0원이라는 예산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만한 공간을 그만한 비용으로 대관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 또한 알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내고 진행하겠다 고 답변하고, 이후의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2주가 지나도록 연락이 없었다. 지난주 월요일까지만 하더라도 예약캘린더가 비어있었고, 나는 이번 주 월요일. 그러니까 어제, 다시 예약캘린더를 확인했다. 그런데 다른 행사가 예약되어 있다. ????

담당자에게 전화했고, 자초지종을 물었다. 운용사나 관계기관의 우선순위가 높으므로 다른 곳이 먼저 예약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이 언제 결정 났는지 물어보았다. 지난 주에 결정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래, 지난주에 결정이 날 수 있다. 유료로 할지 말지, 운용사/관계기관의 행사를 우선순위를 줄지 말지에 대해서 계속 확정되지 않아서 연락을 주지 못했다는 것에도, 그래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결정되고, 예약이 뒤바뀐 상태에서도 나는 사후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만약 내가 먼저 컨택하지 않았으면, 언제 통보해줄 생각이었는지 물어보았다. ‘다 연락드릴 거였는데 먼저 연락을 주셔서….’라는 답변은 변명이라고 하기에도 가장 구차한 답변이 아니던가. 만약에 내가 행사 전날에나 확인해봤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 있다. 아무렴 인간인데. 일이 많으면 놓칠 수도 있고 깜박할 수도 있지. 하지만 ’저희가 다른 날로 행사를 옮겨드릴까요?’라는 담당자의 말에는 ‘농담하시는 것도 아니고…. 당장 다음 주 행사를 그것도 150명 규모의 행사 날짜를 어떻게 옮겨요.’ 라고 대답할 수 밖에. 한참을 그렇게 됐다 어찌 됐다 얘기하다, 그럼 다음에는 무료로 행사를 진행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괜찮으실까요 라고 하길래, 이제까지 히스토리 정리해서 이 내용과 함께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나중에 딴말 없게)

그러나 도착한 메일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말 대관은 하지 않습니다. 추후 대관 시 무료로 해드릴 수 있도록, 8월 말까지 평일 행사가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라고 적혀있었다. (+요구했던 먼저 신청한 대관 신청이 어떻게 취소되었나에 대한 히스토리는 빠져있었다.) 쓸 수 없는 카드를 줘놓고 한 껏 생색내는 문구를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나보고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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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팁스타운에서 제공하는 대관 안내에는 “선착순으로 대관이 진행된다”고 쓰여있다. 나는 행사 대관을 하기 전에 충분히 담당자와 상의를 했고, 주말을 강조하여 이야기 했고, 운용사가 아니므로 할인을 받지 못하며, 100% 대관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에도 동의했다. 그러니 애초에 계좌번호를 물어보고 계약금이라도 넣어두었으면, 일방적인 취소에 대해 피해보상이라도 청구할 수 있을 텐데 하는 미련이 남는다. 지난 행사도 일 처리가 느렸던걸로 기억해서 이번에는 일주일마다 한 번씩 예약을 확인했지만, 바로 계약이 진행되도록 매일 한 번씩 전화해서 괴롭혔어야 했나하는 후회도 든다. 내 역할로서의 할 일을 충분히 했음에도 왜 미련이 남아버렸나. 그것도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두 달 간의 준비와 금쪽같은 토요일의 10시간이라는 시간. 행사의 주최 측을 대하는 ‘날짜 옮겨드려요?’라는 대관 측의 말 한마디가 저렇게 무책임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듦에도 불구하고…. 나는 깨진 멘탈을 붙잡고, 부랴부랴 다른 장소를 찾아야했고, 덕분에 예정되어 있던 태스크들이 밀리면서 남은 2주가 더 바빠졌다. 그리고 행사에 참가하기로 한 150명에게 일일이 문자와 전화와 메일을 돌리며 죄송하다, 장소를 변경했다, 꼭 잊지 말고 오시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일까지 내 몫으로 남아버렸다.


관리, 엉망이다.

이래서 관리가 어렵다. 관리의 다른 말은 유지보수가 될 때도 있고, 운영이 될 때도 있고, 운용이 될 때도 있다. 관리의 특징은 아무리 잘해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칭찬을 받기가 어렵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찾는 것들과는 엄연히 다른 성격을 띤다. 잘해야 본전이고, 가만히 있으면 망한다. (못하면 시망이고.) 그래서 잘 안 되는 것들을 잘 관찰해보면 대부분 그 원인이 관리에서 온다.

모두의 관리라는 주제는 그래서 기획하게 됐다.(행사 내용) 왜 우리 팀은 이렇게 조직관리가 엉망인가. 급하게 만들어지는 제품들은 왜 운영이 개판인가. 왜 과거에 작성된 문서는 관리되지 않아서 오늘의 나를 엿먹이는가. 워킹타임내에 태스크는 왜 끝나지 않아서 야근을 종용하는가. 종일 일만 하는 나의 커리어는 어떻게 관리하는가.

지난날들을 되돌아봤을 때, 내가 가진 대부분의 불만은 관리에서 왔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될 때쯤. 나는 우리가 서로가 가진 관리의 영역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관리를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연사 섭외는 생각보다 어려웠고, 그리고 기획의도대로 딱딱 맞아떨어져 섭외된 주제가 많지는 않다. 하지만 더 좋은 그리고 더 다양한 관리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분명 그 날 관리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D-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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