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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년

May 14, 2014

범죄소년

범죄소년

먼저, 이 영화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공익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 점은 전혀 떠오르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영화는, 정말로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이건 성장 환경에 따라 다르겠네요) 볼 법한 사람들이 나와서, 정말이지 흔히 그런 사람들이 할 법한 행동을 하고, 그런 사람들이 흔히 겪을법한 상황들이 흘러갑니다. 한국영화가 빠지기 쉬운 오버감성신파의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가면서요.

시나리오는.. 사실 그렇게 볼 수 있는 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볼수록 “인권 감수성”에 대한 홍보 영화보다는 오히려 초반부는 르포, 후반부는 캐릭터 블랙코미디처럼 흘러갑니다.

초반부에서는 주인공인 범죄소년이나 그 친구들이 흔히 조폭영화에서 그려지곤 하는 하드보일드 느와르 캐릭터가 아니라, 그저 철없고 충동조절이 안되는 애새끼들이라는 점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들은 무슨 미친 사이코패스가 아니고 다만 생각이 없는거죠. 물론 피해자가 엄연히 있는 이상 그 범죄행각들을 눈감아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을 촉법소년으로 만드는 것이 반드시 그들의 성정 탓인가, 아니면 그들을 그렇게 내몬 환경 탓인가, 그 정도의 기본적인 이야기를 던져주고 영화는 의무를 다한 것 처럼 조금 더 이야기를 확장합니다.

중반부 이후 이 영화의 나머지 반을 책임지는 것은 갑자기 나타난 엄마, 이정현입니다.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정현이 그 긴 세월 연기 짬밥을 꽁으로 먹은 건 아니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 지구 역의 서영주군도 흐름에서 튀지 않는 괜찮은 연기를 보여주고요. (그 외의 아역들은 조금씩 튀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영화 중후반부에서 던져지는 의문은 어떤 관점에서는 오히려 인권감수성과 더 밀접합니다. 물론 엄마도 범죄소년이었던 것은 맞지만, 그보다도 엄마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나, 지구의 여자친구가 겪고 있는 문제, 즉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린 미혼모가 겪게 되는 사회적 차별의 폭력성에 대해 영화는 과하지 않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명합니다. 이 부분은 앞의 범죄소년들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면 이들이 애를 낳은 것은 죄가 아니기 때문이죠.

죄도 없이 약자로 내몰린 사회에서 이들은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영화는 사회 안전망의 부재와 사회 인식의 냉혹함을 아주 시니컬하게 보여줍니다.

두 여자는 그렇게 팍팍한 삶을 과하게 원망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세상은 이렇게 차갑고 힘든거라는 걸 이미 인정하고 거기에 맞서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두 사람 손목의 상흔은 신파의 소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스러운 것처럼 가볍게 넘어갑니다. 현실에서 이런 사람들의 삶이 팍팍한게 무슨 이야기거리나 되겠느냐는 식이죠. 영화가 보여주는 건 이들의 “팍팍한 현실” 이 아니라 “이들의 팍팍함이 당연한 사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시선은 따뜻하지가 않습니다. 이야기도 따뜻하지가 않고요. 영화 마지막에 엄마를 내리쬐는 햇살은 차라리 처연하기까지 합니다. 어쨌든 그래도 살아가야한다는 거죠.

담백한 거리감이 오히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게다가 심지어 재밌기까지 하구요.

그리고 이정현은….엄청 이쁘네요!

꼭 보세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