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미용사

밥을 급히 먹고 나오는데 주노헤어가 정면에 있었다. 동료들에게 머리를 자르고 들어가겠다고 얘기하고 미용실로 들어갔다. 찾으시는 디자이너가 있냐는 말에 그냥 머리 자르러 왔다고 했다. 한 디자이너가 나에게 와서 이것저것 묻는다. 나는 그냥 깔끔하게 잘랐으면 좋겠다고 얘기 했다. 지금 머리는 너무 길고 특히 앞머리가 길어서 눈을 찌른다고. 커트 가격 애기를 들었을 때 약간 후회했다. 원래 다니던 곳보다 곱절로 비쌌다. 커트를 하기 전에 머리를 감겨 준다고 한다. 머리를 감겨주는 친구가 매우 친절했다.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미용사들은 옆머리 머리, 뒷머리, 가운데 순으로 머리를 자른다. 이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내가 목감기가 심하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연신 기침을 해댔고, 사탕과 따뜻한 물을 주었다. 친절함을 느꼈다. 비싼 가격이 비싼 값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30분이 지났다. 여전히 옆머리와 뒷머리를 만지고 있다. 12시 41분이 되었다. 시계를 보는 내 모습을 본 디자이너가 몇시까지 들어가야 하냐고 묻는다. 13시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약간 답답해졌다. 더이상 옆머리와 뒷머리는 손보지 않아도 될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길어서 눈을 찌르는 앞머리와 숱이 너무 많아서 귀찮은 가운데 머리 부분을 빨리 손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뒤에서 앞으로 기장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약간 자르고 나에게 어떠냐고 묻는다. 괜찮다고 대답했다. 앞머리를 본격적으로 자르기 시작한다. 또 어떠냐고 묻는다. 좀 더 앞머리를 잘라 달라고 얘기했다. 전체적으로 기장을 자르고 숱을 쳐내려 갔다.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친절한 샴푸를 해주는 친구가 두피 마사지를 해준단다. 내 손에 있는 스마트폰 속 시간이 궁금해졌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늦으면 할 수 없지 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비싼가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왁스를 발라 준다는 말에 나는 그냥 에센스를 발라 달라고 했다. 대부분의 미용사는 왁스를 잘 발라주지 못한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대부분이 그랬다. 완성된 머리를 보고 솔직히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내일 아침에 마음에 들겠지 하는 생각으로 계산하고 나왔다. 계산하는데 친절한 디자이너가 엘리베이터까지 마중을 나온다. 20% 할인 쿠폰을 주면서 또 오라고 한다. 별생각 없이 회사에 늦었지만 뛰어들어갔다.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내 옆머리와 뒷머리를 손보던 그 디자이너의 모습이 생각났다. 한편으로는 누군가에겐 나도 중요한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계속 변두리 일만 하는, 답답한 사람으로 비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내 나름대로는 꽤 중요하다고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니였는지.

집에 왔더니 아내가 머리가 고길동을 닮았다고 한다.

내일 아침 머리를 감고 왁스를 발랐을 때의 내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