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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 민란의 시대

July 28, 2014

군도 : 민란의 시대

군도 : 민란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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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완급조절이 잘 안 됐습니다. 기승전결로 치면 영화의 반이 “기” 입니다. 승전결이 너무 짧아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려다 보니까 소개가 늘어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럴거면 캐릭터 수를 줄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결국 보고 나면 뭔가 찜찜합니다.

분위기

조선을 무대로 한 사극이지만, 사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타일은 서부극이나, 홍콩 무협 사극에 가깝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서부극에 많은 빚을 지고 있죠.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그 배경음악만 들어도 느낌이 오지만, 권총 돌리기에 대한 노골적 오마주인 하정우의 칼돌리기까지 오면 못 알아보고 넘어가는 게 더 어렵습니다. 전체적으로 화면 색상도 붉은 계열로 맞춰져 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의 의도가 아닐까 합니다.

스토리

사실 제목에 비해 스토리의 스케일이 너무 작습니다. 민란의 시대, 라는 부제는 쓸데없는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워낙에 최근 영화들이 다 저렇게 뒤에 뭘 달고 나오는 게 유행이라 억지로 달아놓은게 아닐까 싶어요. 단순히 스토리 자체만 보면 역시 보통의 복수를 주제로 한 서부극입니다.

캐릭터

딱히 다른 캐릭터들은 튀지도 않고 자기 역할을 잘 해줍니다. 배우의 이미지를 활용한 소소한 유머들도 괜찮구요. 다만 강동원이 문제입니다. 강동원의 연기력은, 보는 사람에 따라 갈릴 것 같아서 특별히 언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비주얼은 정말 괜찮습니다. 이 비주얼은 강동원의 공보다는 감독의 공이 더 커보입니다. 강동원의 이미지를 유독 살려주는 편집과 촬영과 무술지도까지 다채롭게 어우러져서, 이 영화의 강동원은 거의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같은 느낌입니다. 근데 그게 좀 과해서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안타깝네요.

연출

범죄와의 전쟁때도 느꼈지만, 윤종빈은 작가보다는 장인 스타일에 가까운 감독입니다. 어떤 내용을 던져놔도 디테일을 살리면서 재미있게 찍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유머도 적절하구요. 다만 캐릭터에 대한 과한 욕심을 조금만 덜어냈으면 훨씬 수작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뭐래도 군도를 포함한 현재까지의 필모그래피가 아주 괜찮아 보입니다. 굳이 나누자면 이런 쪽에 가까운 스타일로 강우석 감독이 있었죠.

배우

배우들은 나쁘지 않습니다. 모두 적재 적소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위에 강동원을 언급했지만, 이것도 감독의 의도에 맞춘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강동원의 잘못은 아닙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윤지혜씨입니다. 작중 여주인공급으로 등장하는데, 그동안 이런 커다란 영화의 주연급으로 나온적이 거의 없었던 데 비해서 아주 능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미지 소모가 너무 심한 행보를 걸어왔는데, 이 작품을 계기로 조금 더 운신의 폭이 넓어졌으면 좋겠네요.

결론

오락영화로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좋은 재료들을 잘 모아 놨어요. 호흡과 시나리오만 빼곤 크게 아쉬운 점이 없는데, 영화에서 이 두 개가 정말 중요한 거라는 게 참 안타깝네요.

배우에 대한 애정으로 본다면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꼭 봐야지!” 하고 찾아가서 볼만큼 돈 값을 해내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돈이 엄청 아까운 수준은 아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