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블로그의 필자는 상당한 오타쿠입니다.
특히 소드 아트 온라인은 상당히 좋아해서 소설도 사서 모으고 있고, 방에 포스터도 붙여놓았습니다.
최근에 개봉한 극장판의 경우는 이 글을 올리는 시점에선 이미 세 번이나 보았고, 앞으로도 더 챙겨볼 예정입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

소드 아트 온라인이 무엇인지 모르는 독자분들을 위해 소개합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은 카와하라 레키 원작의 라이트노벨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입니다.
전 세계 누적판매 부수 15억을 넘는 대히트 소설이죠.
<풀다이브>라고 불리는 가상현실 기술이 완성된 세계를 이야기하며, 세계 최초로 개발된 가상 현실용 MMO 게임(정확히는 VRMMORPG) 소드 아트 온라인의 서비스 시작과 함께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극장판 오디널 스케일은 소설 기준으로 8권 이후, 애니메이션 기준으로 2기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극장판 소드 아트 온라인 -오디널 스케일-

극장판 소드 아트 온라인 오디널 스케일에서 IT인들의 관심을 끄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딥 러닝입니다.
극 중 등장하는 AR 아이돌 유나가 딥러닝을 이용해 개발되어 사람들에게서 실제 사람이 뒤에서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습니다.

(딥 러닝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네이버 웹툰의 <신의 탑>에서는 에밀리라는 챗봇이 등장하여 스토리에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일본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스토리 후반부에서는 전반부의 보스로 나왔던 나선왕 로제놈의 머리로 인격체를 만들기도 했죠.
우리가 즐기는 문화 요소들에서는 이미 인공지능과 딥 러닝이 다가올 미래로써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딥 러닝은 현재에서도 현실 세계에 강력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활용 범위는 제한적입니다.
컴퓨팅 파워와 Dataset만 있다면 더 큰 일도 가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것으로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가 의심스럽습니다.
우리는 딥 러닝으로 인격체를 프로그래밍해도 되는 걸까요?

이 글은 소드 아트 온라인 소설판 1~8권, 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레시브 1~4권, 극장판 소드 아트 온라인 -오디널 스케일-의 스포일러를 함유합니다.
상당히 재밌는 작품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국내 방송사인 애니플러스를 통해 VOD를 먼저 감상하고 극장1에 방문하여 극장판을 보신 뒤에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시작됩니다.


딥 러닝으로 실존인물을 만들어도 되는가?

시게무라 교수는 유나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이 선물해준 소드 아트 온라인을 플레이하다 사망한 딸 유우나를 딥러닝을 통해 부활시킬 생각을 합니다.
사실 유나는 기억 크롤링을 위한 소재에 불과했고 유나를 살리는 게 본 목적입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 생환자들의 기억을 모아서 딥러닝 시켜서 유우나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이런 시도는 괜찮은 걸까요?
예를 들어, 딥 러닝을 이용해 item4라는 인물을 한 명 더 만들면 그것은 item4와 동일한 인물이라고 해석해도 되는 걸까요?
그렇게 생성된 또 한 명의 item4를 이용해서 실존하는 item4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해도 되는 걸까요?

작중에서 미완성된 유우나의 AI는 시게무라 교수에게 자신은 되살아나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시게무라 교수는 그건 네가 아직 미완성 단계의 자기보존프로그램이라서 하는 말이라고 무시합니다.
딥 러닝으로 개발된 인공지능은 어디가 완성점이고, 어디까진 무시해도 되는 그런 것일까요?

인간의 신경망에 입출력과 기억조작

소드 아트 온라인에 등장하는 너브기어, 어뮤스피어, 메디큐보이드, 이번 극장판에 새로 등장한 기체 어그마(Augma), 소설 9권 이후로 나오는 STL에 이르기까지, 이 기계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신경망에 입출력한다는 점이죠.

현대과학은 상당히 발전했지만, 아직도 뇌는 블랙박스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마저도 해독이 완료되고 풀다이브가 실현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개발되어도 되는 걸까요?

극장판 작중에선 어그마를 통해 소드 아트 온라인 생환자의 기억을 강제 스캔해서 추출하고, 기억을 읽힌 사람은 소드 아트 온라인 시절의 기억을 잃어버립니다.
작중에서 키리토는 아스나의 기억을 찾을 단서를 찾던 중 시게무라 교수의 강의에 참석하고, 거기에서 AR 디바이스를 사용하면 사용자의 기억을 침식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을 하죠.

저는 AR 디바이스뿐만 아니라 VR 디바이스 또한 기억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경망을 통해 뇌에 입출력을 가할 수 있다면 어떤 장비로건 가능하다는 것이죠.
우리에게 뇌에 입출력할 기술이 생겼다고 할 때, 우리는 그 기술을 사용해도 되는 걸까요?
그 윤리적 잣대는 누가, 어떻게 정해야 하는 걸까요?

기억을 조작한다는 것은 무서운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을 읽는 기술이 나온다면 인간이 기반인 모든 보안 기술(비밀번호 등)이 무력화됩니다.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범죄 후 목격자의 기억 소거 등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기억을 만들어내거나 변형할 수 있다면 프로파간다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악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술, 개발되어도 되는 걸까요?

이 글을 쓴 이유

이 이야기들은 단순히 애니메이션의 흘러가는 이야기로 넘기기엔 IT인들에게 있어서 매우 큰 고민거리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했던 고민을 다른 분들과도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썼습니다.

풀다이브라는 기술 자체가 소드 아트 온라인처럼 온라인상에 의지가 고립당하는 이슈를 일으킬 수도 있고, 원작 2부의 페어리 댄스에 나온 것처럼 스고우 노부유키 같은 악인에 의해 비윤리적인 실험이 자행될 수도 있습니다.
풀다이브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복사본 AI 제작 같은 이슈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보자면, 저는 인격체에 대한 접근은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을 이용한 풀다이브의 개발 자체는 찬성이지만 기억을 읽고 쓰거나, 인격체 자체를 카피하는 기술은 개발되어도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산 MMORPG <클로저스>에 나오는 NPC 정도연 박사가 늘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양심 없는 과학은 벌을 받아야 해요.”
실제로 클로저스 시즌2의 스토리는 과학기술이 양심없이 쓰인 대목이 많이 나옵니다.2
그 세계에선 주인공인 검은양과 늑대개 팀이 그런 부분을 해결하지만, 현실엔 그들이 없습니다.
과학기술이 악용되어도 손 놓고 구경해야 하는 처지이죠.
아예 막을 수 없다면 아예 개발하지 말아야겠지만, 개발을 막는다고 막힐 리 없으므로 개발하더라도 방어 및 감지기술을 발전시켜서 나쁘게 사용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의 배경에는 소드 아트 온라인의 3부, 엘리시제이션의 내용이 포함됩니다.
엘리시제이션을 빼놓고 인격체 프로그래밍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애니화되지 않은 내용이므로 스포일링 방지를 위해 자세한 이야기는 적지 않겠습니다.
인격체의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는 분들은 소드 아트 온라인 9권 이후의 내용도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이슈를 지금 시점에서 한 사람이 혼자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 진보가 되면 될수록 이 이슈들은 재조명될 것이고,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메가박스 단독개봉
  2. 클로저를 공격하기 위해 개발된 안드로이드 개조형, 인간전지 프로젝트와 카밀라, 복제인간, 인간을 학살하기 위해 개발된 신형 학살병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