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시의 러시아워

좋은 기회가 되어 베트남 투자 탐방 프로그램을 다녀왔습니다. 회사에서 베트남 현지 인력을 활용한 아웃소싱 사업에 관심이 있는 상황이었고, 마침 더벤처스에서 모집한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서 짧은 시간동안 호치민시에 있는 많은 업체를 빡쎄게 탐방하고 돌아왔습니다. 현지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자 이 글을 씁니다.

본문의 슬라이드 자료는 APPOTA 의 허가를 받고 첨부하였습니다. 무단으로 복제하지 말아주세요.

베트남 스타트업 현황

FlappyBird 는 베트남에 스타트업 열품을 몰고온다. APPOTA 슬라이드 발췌

골프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시절, 박세리가 골프 여제로 등극하며 수많은 아이들이 골프에 입문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박세리 키즈들이 LPGA 를 점령하게 되었죠. 베트남에 스타트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기를 만든 스토리도 그와 유사한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변방에 위치한 베트남에서 한 청년이 혼자 만들어 세계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FlappyBird 의 성공 스토리. 그 이후 불어닥친 스타트업 열풍은 정부의 지원과 전세계의 투자자금을 통해 계속 커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베트남 스타트업 현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KOTRA 의 베트남 스타트업 동향 기사를 참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베트남 인터넷 사용자 통계. APPOTA 슬라이드 발췌

베트남 인구는 9300만명 이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젊은 사람들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 수가 5천만에 가깝고, 이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TV 컨텐츠의 수준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TV 를 보는 시간이 짧은 대신 인터넷이나 모바일 접속 시간이 긴 편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위 통계에서 모바일 사용자 수가 인구수보다 많은 이유는 선불 심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현지인들이 듀얼 심 폰을 사용하는데, 받는 용도의 번호는 쉽게 바꾸지 않고 고정으로 사용하고, 전화 걸고 데이터 사용하는 용도의 선불 심 카드를 추가로 사서 쓰는 편입니다. 현지 통신사들도 선불 심카드를 팔 때 만원짜리를 사면 4만원을 넣어주는 식의 프로모션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싼 심 카드를 사다 쓰는 식이라 한명이 5개의 번호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전화번호를 이용한 인증 처리를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베트남 스마트폰 중독. APPOTA 슬라이드 발췌

모바일 사용 시간 역시 하루 2시간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우리나라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걸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베트남 스마트폰 앱 사용 시간 통계. APPOTA 슬라이드 발췌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 시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SNS 입니다. SNS 는 대부분 페이스북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사용 비중이 워낙 높아서 베트남에 온라인 광고 하고 싶으면 그냥 페이스북에 하면 되고(google 도 해주면 좋다), 물건을 팔 때도 페이스북에 팔면 됩니다. 그 뒤를 잇는 메시징 앱은 Zalo 라고 하는 현지 앱과 페이스북을 등에 업은 페이스북 메신저가 경합중입니다.

베트남 페이먼트 현황. APPOTA 슬라이드 발췌

베트남 탐방 중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위 슬라이드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요. 베트남인들은 은행 계좌도 없는 사람이 많고, 신용카드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휴대폰도 선불 방식으로 쓰고, 앱 결제도 선불 카드를 사다가 충전해서 쓰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이커머스도 발전을 못하고 있었는데, 3년전쯤부터 Cash on delivery (COD) 방식의 확산으로 이커머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COD 는 물건을 배달하는 사람이 물건을 전달하면서 돈을 받아주는 방식인데, 물건을 보고 마음에 안들면 돈을 지불하지 않고 물건을 돌려보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어찌보면 구매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스타트업 중에 핀테크 기업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은행과 카드사가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불 시장에서 핀테크 기업의 설자리가 좁은 상황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런 기반이 없는 베트남 시장에서 핀테크 기업들의 선전이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2016년 모바일 게임 성공작들. APPOTA 슬라이드 발췌

베트남 게임 시장은 오디션을 필두로 한국 게임들이 초기에 성장시켰다고 이야기하는데, 지금은 중국 게임들이 점령한 상태라고 합니다. 여담이지만 베트남 내에서 반중 감정은 상당한 편입니다. 역사적인 이유도 있고, 영토 분쟁도 엮여 있어서 현지인들은 중국 때문에 군대 끌려가야 한다고 (2년) 성토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게임에서는 역시 국경도 없는가봅니다.

간단한 캐쥬얼 게임들은 현지 회사들이 점유해나가는 상황이지만 돈은 안된다고 하네요.

베트남에서는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선불 심을 많이 씁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데이터를 쓰는 만큼 현금이 쭉쭉 날아가는게 눈에 보이는 환경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 때문에 평소에는 데이터를 끄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현지 진출할 때는 이와 관련해서 푸시 메시지 전달이 어렵다는 점과 과도한 네트워크 사용은 곤란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베트남 스타트업 선두그룹. APPOTA 슬라이드 발췌

현지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은 VNG(VinaGame) 로, 게임 퍼블리싱 사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메시징 어플인 Zalo 도 이 회사에서 서비스중이라고 합니다. 베트남 토종 스타트업 중에서는 이 회사가 원톱 넘사벽 스타트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일한 유니콘 기업이죠.

탐방한 업체들 중에는 유일하게 APPOTA 가 위 슬라이드에 들어있는데요. 제가 앞에서 사용한 슬라이드가 모두 APPOTA 에서 설명해주신 슬라이드였습니다. 해외 앱이나 서비스가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할 때 현지화와 퍼블리싱을 해줄 수 있는 회사라고 하니 베트남 진출하실 서비스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이쪽으로 연락해보세요. 최근 국내 투자사들로부터 시리즈 C 투자를 받았다고 합니다.

현지 업체들의 모습

Silicon Straits Saigon. 홈페이지 발췌

베트남 현지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탐방해보면 업무 환경이 실리콘밸리 빰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는 상태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금방 이직해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급여는 물론 업무 환경과 복지를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한국 개발자는 웁니다. ㅜㅜ

신입 개발자 월급은 $500 에서 시작하지만 연차가 오를수록 급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편입니다. 평균 $1000 ~ $1500 을 생각해야 한다고 하는데, 실력있는 시니어 개발자를 구하는건 하늘의 별따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국내에 비해서 급여가 낮은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베트남 내에서는 상당히 마니 버는 직업인 거죠. 아직 호치민시 가구당 평균 소득이 $400 정도라고 들었으니까요. 현지에서 개발자 구하는건 우리나라에서 의사나 변호사 구하는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모시고 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외에도 매년 전 직원들이 함께 휴양지에 놀러가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2주에서 한달 간격으로 회식도 자주 합니다. work and play 문화가 중요하다고 하네요.

매년 한달치 월급을 보너스로 줘야 하고 (법적으로 그렇답니다. 우리나라 퇴직금과 비슷한 개념인 듯), 4대보험료도 전액 회사에서 부담한다고 합니다. 연차가 올라갈 수록 급여도 수직 상승이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통지 없이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팀 단위로 이직을 해버려서 난감했던 경험담도 들었습니다.

베트남의 스타트업 채용 형태를 보려면 https://github.com/awesome-jobs/vietnam/issues 여기를 참고할 수 있는데, 스타트업들이 어떤 기술을 요구하는지, 급여가 어느 수준인지 대충 짐작이 가능합니다. 현지 채용 사이트는 https://www.vietnamworks.com 이 유명합니다.

베트남 개발자들은 영어를 상당히 잘하는 편입니다. 영어 실력에 비해 회화에 거침이 없는 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네요. 베트남에서 어릴때부터 영어교육을 많이 시키고 있고, 특히 9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영어는 기본, 제2 외국어도 어느정도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교에서도 영어로 강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coderschool 같은 현지 부트캠프들도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관광지에서는 마트 경비 아저씨나 편의점 알바생도 유창하게 영어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한국 사람들 머릿속에 베트남은 아직도 베트남 전쟁이나 공산주의 국가의 이미지로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수많은 한국 공장들이 이전하면서 중국보다도 인건비가 싼 나라라는 인식도 있었죠. 막상 가보니 베트남 또한 우리와 같이 현재 시대를 살아가는 나라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발전된 도시와 싼 물가가 공존하고 있고, 값싼 인건비 속에서 최고급 대우를 받고 있는 개발자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 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저와 저희 회사로서도 생각과 달랐던 점을 많이 보게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진출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재주가 없는 탓에 글쓰는데 시간이 워낙 많이 드는 터라 쓰지 못한 내용도 많고,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내용도 많은 것 같습니다.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댓글 남겨 주세요. 아는 한도 내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