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트남 지사 설립 후기

December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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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지사 설립 후기

베트남의 스타트업 탐방기 를 쓴지도 벌써 반년이 흘렀습니다. 그 반년동안 저는 베트남에 와서 삽질을 하고 있었죠. 앞의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될지 몰랐었는데.. 여전히 초보에 가깝고 배울게 많지만, 지금까지 베트남에 회사를 만들고, 사무실을 얻고, 직원들을 뽑는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정리해 봅니다.

계약 당시의 사무실. 나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한다.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뭘까요. 그것은 베트남에 보내놔도 소처럼 일해줄 믿을만한 법인장 입니다. 네, 저처럼요;; 농담같지만 여기에서 상당히 많은 회사들이 법인 설립을 포기하거나 망설입니다. 사실 한국 본사 입장에서는 법인장에게 돈과 시간을 주면 법인이 생깁니다. 더이상 필요한거 없죠.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보자면, 베트남 법인을 만드는 목적이 인건비 절감일 경우에 법인장은 큰 장애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인건비가 저렴한 직원 몇명 뽑았지만 법인장 체류비, 숙박비, 자식이 있을 경우 교육비 지원하고 나면 이득이 될까요? 첫 해외 지사를 베트남에 설립하신다면, 아무래도 가장 믿을만한 이사급 인력을 보내실 가능성이 큼니다. 그분들은 아무래도 이미 가정이 있을테고, 아이가 둘 쯤 되는데 그들의 국제학교 학비 (한명당 1년에 3천쯤 든다죠) 지원 하고도 인건비로 이득보려면 얼마나 직원을 뽑아야 할까요.

법인장이 돈과 시간을 가지고 베트남으로 들어옵니다. 베트남에 가져와야 하는 서류는 법인의 형태와 법인장의 지분에 따라 다릅니다. 어짜피 법인 설립 신청은 직접 못합니다. 대행 업체에 문의하시면 자세히 알려줄겁니다.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베트남에 설립할 법인 지분의 1% 라도 법인장이 가지고 있다면, 한국에서는 영문으로된 사업자 등록증과 주주들 여권 대사관 공증 받아서 가면 됩니다. 법인장이 지분이 없다면, 법인장의 워크 퍼밋을 위해 경력증명서, 범죄경력회보서, 졸업증명서 같은것도 공증 받아서 가져가야 합니다. 공증 받는 것도 한국 내에 브로커들이 있으므로 돈을 쓰시면 됩니다. 그 외에 법인 설립에 필요한 서류를 잔뜩 만들어서 싸인 해 가면 됩니다. 대행 업체에서 잘 알려 줄 겁니다.

법인 설립 비용이 좀 골때립니다. 법인 설립 전에 사용한 돈은 베트남에서 비용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한국 법인에서도 비용처리 하기 애매하시겠죠? 많은 돈이 들 경우에는 회계법인을 지정한 후 그 법인을 통해서 세금계산서 발행받는 방식을 쓰는데,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우리처럼 넉넉하지 않은 회사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대행 업체에 문의하세요.

법인장은 베트남에 와서 (오실때 3개월 짜리 상용비자 받는것도 알아보셔야 됩니다. 법인이 있어야 초청장을 만들어서 비자를 만들텐데 우린 아직 법인이 없어요. 브로커를 이용하세요.), 개인적으로는 살 집을 알아보시고 공적으로는 사무실을 알아보셔야 됩니다. 사무실 계약서가 법인설립에 필요한 서류중 하나니까요. 회사 사무실을 계약해야 하지만 아직 회사가 없으니 회사 사무실을 만들지 못하지만 회사 사무실이 없으면 회사를 만들지 못하니 회사 사무실을 계약해야 하지만 아직 회사가 없어요. 농담이고 이럴경우 법인장 개인 명의로 회사 사무실을 계약하게 됩니다. 회사설립 후 명의를 바꾸게 됩니다.

사무실을 계약하면, 이건 제가 계약 경험이 한번 뿐이라서 제가 경험한 것을 기준으로 하겠습니다. 8월 1일부터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하면 7월 1일부터 인테리어를 시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기간 월세는 내지 않지만 전기세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인테리어라는 것은 전기공사, 바닥공사, 인터넷/전화 선 연결, 가구 구입 및 배치, 문 만들기 (저희 사무실은 문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등등을 포함합니다. 저도 경험하고 나서 안 내용입니다만, 인터넷 선을 건물 밖에서 10층 사무실까지 끌어와야 했고, 전기도 건물 시설에서 뽑아와야 합니다. 벽에 콘센트도 한땀한땀 만들고 (전선 배치도 같은걸 그려서 건물 관리팀에 허가도 받아야 합니다) 암튼 뭐 건물을 짓는 건지 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는건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런 인테리어를 입주 1주일 전부터 시작하다 보니 (진작 계약했습니다만 한국에서 계약금 송금이 늦어졌습니다. 아.. 이것도 말 하려고 하면 너무 길어서..), 업무 개시 첫날 아침 출근하니 이런 모습의 사무실에서 새로 뽑은 직원들이 어이없게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게됩니다. (물론 업체에서는 전날까지 다 끝내주겠다고 했습니다만)

근무 첫날의 상황. 아직 문을 안만들었다.
가구는 배달오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둘째날 출근하니 문을 만들고 있었다.
둘째날의 계속되는 혼란

인테리어도 끝났고, 가구들도 들어왔으니 이제 전자제품을 사러 갑니다. 아직 법인 등록이 안됐다면, 지금 쓰는 비용들 다 개인돈으로 쓰고 계신 겁니다. 법인 등록이 됐다면, 세금계산서를 꼭 받으세요. 세금계산서 안받은건 회사 비용으로 처리 안 해줍니다. 냉장고, 냉온수기 같은걸 삽니다. 우리나라에서 냉온수기는 생수 업체에서 임대해주는것 같지만 여기서는 사야됩니다.

인터넷 연결은 이로부터 10일쯤 후에 됐습니다. 그전까지는 폰으로 핫스팟 해줍니다. 4G 속도 잘 나옵니다만, 개발자용 맥북을 여러대 샀더니 다들 자동으로 업데이트를 받습니다. 요금…..

법인이 만들어지면 발급받은 모든 서류를 법인장 여권과 함께 원본으로 가지고 은행으로 가서 법인 계좌를 만듭니다. 달러계좌, 베트남 동 계좌, 투자금 계좌 세개를 만들어 줍니다. 개인 계좌 만들땐 여권만 가져가면 됩니다. 투자금 계좌에 법인 등록시 작성했던 대로 송금이 이루워지면 (이름 한자라도 틀리면 안됨. 특히 회사 영문명 잘 체크) 송금받은 돈 USD 계좌로 옮긴 후 사용하시면 됩니다. 저는 신한은행에서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장점은 아무래도 한국계 은행이다보니 문제가 생기면 은행에서 한국어 할 줄 아는 직원에게 전화가 옵니다. 단점은 푸미흥 지점이 상당히 붐빕니다. 특히 월급날 사람 엄청 많습니다. 보통 은행 거래할 때 쓰라는게 되게 많습니다. 베트남 직원과 항상 함께 가세요. 처음 계좌 만들때 어찌나 이것저것 쓰라는게 많은지..

앞의 사진에도 저희 직원들 몇명이 보였습니다만, 저희 회사는 뭐가 그리 급한지 법인 설립도 되기 전에 직원들 부터 뽑았습니다. 사무실도 없이 커피숍에서 면접보고, 지금 생각해보면 이 친구들은 뭘 믿고 입사한건지 모르겠네요.

저희가 첫 직원 뽑을 때 사용한 방법은 세가지 입니다. 첫째로는 ITViec 이라는 채용 사이트에 잡 포스팅 (20만원 정도 합니다). 둘째로는 VietnamWorks 라는 채용 사이트에서 이력서 검색 서비스 사용 (15만원 정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Facebook 에 페이지 만들고 홍보. 사실 세번째 방법이 효과가 가장 좋았습니다. 베트남은 페이스북이 다 해먹어요.

면접볼 때 주의하실 점은 노쇼가 많다는 겁니다. 처음 뽑을 때는 30% 이상이당일에 못나온다고 연락왔습니다. 커피숍에서 면접보려고 앉아있는 입장에서는 고역이긴 합니다만 그나마 한숨 돌리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한시간에 한명씩 계속 면접을 봤거든요. 하지만 토요일에만 면접 가능하다고 해서 토요일에 나갔는데 안나온 사람도 있었죠..

소프트웨어 개발자 면접이라도 영어가 거의 안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베트남 개발자를 대동하시거나, 면접 전에 전화 통화를 통해 거르시는게 좋습니다. 베트남어로 된 개발 서적이나 문서가 부족하기 때문에 학습을 위해서 영어 독해는 익숙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학교에서도 토익 성적을 졸업 조건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독해쪽은 어느정도 되든 편입니다만 회화가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트남어도 알파벳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음에서 모국어 간섭이 심한 편이라 잘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팁을 하나 드리자면. 법인 설립 후에 법인장 여권은 금고에 넣으시고 꼭 필요할 때만 빼세요. 복사공증 받아두면 원본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인장 여권을 분실하면 가혹한 현실이 기다립니다. 제가 해봐서 알아요.

법인장 여권을 분실하면 법인장 개인으로서는 여권 재발급, 비자 (거주증) 재발급, 워크퍼밋 재발급, 개인 계좌 정보 업데이트 등이 필요하고, 법인으로서는 IRC, ERC 재발급, 법인 계좌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모든 재발급에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경찰서 방문, 영사관 방문은 기본이죠.

베트남에서 생활한지 5개월 정도 됐습니다. 워낙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들이라 뭔가 정리할만한 여유를 내기 어려웠는데요. 마침 한국에서 손님들이 오시기로 해서 발표 준비하는 겸 해서 써봤습니다. 이후로도 틈나는대로 관련 글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