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트남으로 SW R&D 센터를 옮긴 이유

March 1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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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으로 SW R&D 센터를 옮긴 이유

베트남 호치민시에 지사를 설립한지 이제 7개월이 넘었습니다. 그간 프로젝트도 몇개 완료 하며 직원들과 어느정도 손발이 맞기 시작한 느낌입니다. 이제와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를 떠올리면 무모 하기도 했고, 운이 좋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저희 회사가 왜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 조직을 베트남으로 옮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주제는 다음 세가지 토픽으로 나뉩니다.

  • 왜 해외로 나갔는가.
  • 왜 베트남으로 갔는가.
  • 실제 경험해보니 어떤가.

왜 해외로 나갔는가

저희회사는 설립한지 3년이 지난 스타트업 입니다. 설립 이후로 세가지 서비스를 런칭했고,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개발 중심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알만한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 않은, 초기 투자는 유치했으나 시리즈 A 까지 도달하지 못한 3년차 스타트업을 떠올려 보세요. 스타트업에게 사람은 가장 중요한 재산 입니다만, 우리는 좋은 재산을 얻을 기회보다는 잃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었습니다.

회사의 CTO 로서,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경험과 개발 문화에 자신이 있었습니다만 개발 능력이 서비스를 성공시키는 요인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많은 로켓들이 발사되었지만 저희는 쓸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죠. 그래서 우리가 아닌 다른 회사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대신 개발해주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걸 아웃소싱 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비지니스는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가장 꺼려하는 형태에 가까웠습니다.

https://lecle.co.kr

우리의 비지니스 모델은 많은 개발자를 요구하지만, 개발자에게 많은 돈을 주긴 어렵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습니다. 총체적인 난국이죠. 우리는 이 비지니스 모델로 국내에서 개발자를 구해보았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요구에 맞는 개발자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왜 베트남으로 갔는가

해외 생산 기지를 찾을 때 우리는 다음의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 비용이 저렴할 것
  • 개발자 풀(pool)이 충분할 것
  • 개발자의 기술 수준이 어느정도 보장될 것
  • 직원들이 성실할 것

우리나라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후보지로는 중국, 인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정도입니다. 모든 국가들이 나름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회사의 사정에 맞게 선택해야 할 문제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베트남이었는지에 대해서 집중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AgileEngine, 2017

우선은 비용입니다. 위의 자료에서도 보실 수 있듯이, 베트남의 인건비는 가장 경쟁력이 높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할 정도입니다. 물론 공장 노동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임금 차이는 상당합니다만, 개발자 임금 비교에서도 위의 표와 같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위의 표는 클라이언트가 지불해야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실제 개발자가 가져가는 금액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The Countries With The Most Engineering Graduates, Forbes

위의 자료는 공대 졸업생을 한해에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료 입니다 (중국, 인도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서 제외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인구수로 비교한다면 베트남은 한국의 두배에 가까운 인구수를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건 저희의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저희가 뽑아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어느정도인지가 중요한 거죠. 개발자가 어느정도 배출 되는지에 대한 자료가 있었다면 더 좋겠지만, 신뢰할만한 기관에서 나온 자료로는 이게 최선이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한국에 비해서 적은 수 이긴 하지만 공대 졸업생 수가 세계 상위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HackerRank, 2016

위의 자료는 해커랭크 사이트의 국가별 평균 점수를 비교한 것입니다. 이것이 공신력있는 자료라고는 보기 어렵겠지만 22위와 23위에 나란히 한국과 베트남이 있는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사이트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베트남 개발자들이 성실한가에 대해서는 사실 정량적으로 비교한 자료를 얻기는 힘듭니다. 여러 경험자들과의 대화와 많은 웹서핑을 통해서 어느정도 감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는 실제 베트남에서 가서 눈으로 본 게 주요했습니다. 제가 이전에 썼던 베트남의 스타트업 탐방기 포스팅이 그 때 쓰여졌습니다. 그 때 현지 기업들을 만나면서 제가 집중적으로 물어봤던건 개발 문화였습니다. 어떻게 협업하는지가 가장 궁금한 점이었고, 모든 회사가 공통적으로 에자일과 git 을 이야기했습니다. 에자일을 할 수 있다는건 그만큼 개발자들이 자발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정도면 괜찮겠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 외에도 몇가지 요인이 더 있습니다. 치안 문제나 기업 환경, 문화,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대하는 현지인들의 태도 등. 그것을 종합한 결과 저희는 베트남, 그중에서도 호치민 시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경험해보니 어떤가

호치민에 와서 법인을 설립한 과정은 제 지난 글 베트남 지사 설립 후기 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이전 토픽에서 설명한 이유들이 실제로도 맞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 비용이 저렴할 것

제가 다른나라에 법인을 설립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 경험을 다른곳과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경험한 것만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개발자 인건비는 편차가 워낙 심합니다. 저는 면접시에 전 직장 급여와 받고싶은 급여를 항상 물어보는데, 같은 연차라도 기술 수준이 다르다면 원하는 급여가 3배쯤 차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만, 무리한 급여를 요구하는 직원을 뽑을 수는 없었습니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하시는 현지 한인들에게 저희 직원 급여 수준을 이야기하면 깜짝 놀라실 정도로 이쪽 업계 급여가 비교적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2년차 정도 되면 본인들 가르친 대학 교수보다 급여가 높아질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비하면 절반에서 3분의1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개발자 풀이 충분할 것
VietnamWorks 에서 ‘Web’ 으로 검색했을 경우
jobkorea 에서 ‘웹’으로 검색했을 경우

VietnamWorks 는 베트남에서 잡코리아와 비슷한 채용 사이트입니다. 양쪽에서 일주일 이내에 수정된 이력서를 대상으로 검색했을 때 검색결과가 약 3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VietnamWorks 가 베트남에서 가지는 위치가 우리나라의 잡코리아 정도라고 말 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참고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구인하는 입장에서 베트남 쪽에서는 “우리는 한국 회사고 아웃소싱 비지니스를 하고 있다” 라고 하면 괜찮은 직장에 속하기 때문에 좀 더 고급 인력을 면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그게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는 요즘도 저희 대표님이 “사람 구하기 어렵다” 라고 하시지만, 여기서는 한국에 비해서 훨씬 낫습니다. 저희는 사무실 세팅 전에 커피숍에 앉아서 2주간 면접본 결과 개발자 6명을 구인 했었습니다.

  • 개발자의 기술 수준이 어느정도 보장될 것

기술 수준은 편차가 워낙 심합니다. 이론적으로 수준 높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사실 찾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은 실무 위주로 공부하고 있고, 아직 대학에서 이론을 제대로 가르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무에 대해서는괜찮은 수준입니다. 개발 역사가 길지 않은 덕분에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최신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대학 졸업할 때 이미 학교 내에서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3개월 이상의 인턴을 경험한 상태입니다.

면접을 보면 신입 급 들도 많은 경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옵니다. github 주소를 이력서에 명시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의 포트폴리오 사이트 주소를 적어 놓은 경우도 많습니다. 웹 개발자들의 경우 부트스트랩으로 반응형 웹 만드는건 기본으로 하고, angular 나 react 중 하나정도는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iOS 의 경우 swift 만 해봤고 objective-c 는 잘 모른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다만 한국 개발자들과는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이 문제는 다른 나라 사람과 일할 때 어쩔 수 없이 겪는 것 같습니다.

  • 직원들이 성실할 것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주제이고, 저희 회사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만, 제가 지금까지 경험해본 저희 직원들은 대체로 성실합니다. 업종의 차이인지 제가 복을 많이 받은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성실성에서 한국 개발자들과 비교한다면 저는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베트남으로 개발조직을 옮긴 이유에 대해서 공감이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많은 준비를 하고 온 것이 아니다보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도 겪고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적어도 한국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 보다 베트남에서 채용하는게 낫다는 정도는 증명한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만 충분하다면 몇개월 안에 100명정도 채용하는것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좋은 베트남인 직원을 만나서 함께 들어왔고, 그친구덕에 언어의 장벽 없이 좋은 직원들을 뽑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 다른 법인장님들을 만나다보면 저보다 더 잘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만 적응하기 어려워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사람 관리만큼 어려운 일이 없는데 외국에서 한국인 혼자 외국인 직원들 관리하는게 쉬울리가 없죠. 사업적으로 말한다면 괜히 지사 만들 생각 하지 마시고 저희한테 맡기세요. 라고 말씀 드리겠지만,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호치민 오시는 분은 언제든 차 한 잔 대접할 수 있으니 연락주세요. 사업과 관련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길고 어색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