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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 내적 고민 대신 닮은 꼴 캐스팅에만 집착한 결과물

December 26, 2014

잡스 – 내적 고민 대신 닮은 꼴 캐스팅에만 집착한 결과물

2011년 10월. 세상을 바꾼 한 명의 혁신가가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던 그였기에,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회사 동료들끼리 ’이 사람의 인생을 영화로 다시 만나겠구나’ 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리고 마침 기다렸다는듯이 영화 제작 소식이 들렸다. 예전부터 스티브 잡스의 닮은꼴로 많이 거론됐던 애쉬튼 커쳐가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꽤 기대감이 컸었다.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온통 평이 안 좋아서 극장에 걸렸을 때는 보지 못 하고, 어제 IPTV로 보게 됐다. 역시, 영화는 입소문을 믿어야 한다 :)

영화는 스티브 잡스가 대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 수업을 청강하는 시절부터, 명상에 빠진 모습, 스티브 워즈니악이 차고에서 뚝딱 만든 것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는 모습 등을 다루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장면부터 끝까지 전부 다루는 방식이 비슷하다. 캠퍼스 안을 걷다가 타이포그래피에 끌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다음 장면은 인도에 다녀온 장면, 그 다음에는 아타리에서 같은 동료끼리 막 대하는 모습, 보너스로 $5000을 받아서 워즈니악에겐 $350만 나눠주는 모습 등 굉장히 피상적으로 다룬다.

내가 스티브 잡스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인상적인 순간을 뽑아보라면 애플 2로 큰 성공을 거두는 때와 그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컴백하는 장면, 그리고 아이폰을 발표하는 장면 등이 떠오른다. 그런데 거의 모든 것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그나마 애플 2로 성공을 거두는 장면이 짧게나마 묘사됐을 뿐, 애플로 다시 컴백하는 장면은 완전히 건너뛰었고 아이폰이나 아이팟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아이팟만 영화 첫 장면에서 살짝 다뤄졌을 뿐. 이렇게 굴곡진 인생을 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데, 굉장히 밋밋하게 그려졌다. 그냥 이기적이고 성격 못 된 천재를 겉에서 바라본 느낌이다. 그 천재의 고민은 담겨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냥 이기적이고 못 된 것처럼 보여지는 것이기도 하고.

잡스를 다른 또 하나의 영화가 제작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크리스찬 베일, 나탈리 포트만, 데이빗 핀처 등 숱한 스타 영화인들이 거론됐고 하차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 영화보다는 잘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쉬튼 커쳐 카드는 차라리 이 영화에 쓰였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애쉬튼 커쳐가 아깝게 소비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