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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January 19, 2015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우리는 국외의 사건 사고는 물론, 국내의 사건 사고에 대해서도 외신 보도를 중시한다.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그들의 보도는 객관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소위 말하는 언론 플레이의 사정권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더 믿을 수 있다는 이유다. 특정 사건 사고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는 것이 어려운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절대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가 속해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다.

작년 한 해 큰 화제가 됐던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 에서는 각기 다른 출신의 외국인들이 우리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당연하기만 한 것이 그들에겐 특이하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몇 년간 살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나가며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 역사적인 배경의 연결 고리를 찾아가며 써내려간 책이 있다. 영국 출신의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인 다니엘 튜더의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찬탄했다. 마치 라임처럼 딱딱 맞는 형식도 그렇지만, 딱 두 문장으로 우리 나라의 과거와 현실이 모두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의 여러 모습에 대해 담겨 있다. 자본주의, 민주주의, 북한, 언론, 경쟁, 직장생활, 연애와 결혼, 교육, 유흥문화, 영화, 음악, 한류, 가족, 주거형태, 종교, 남녀의 사회적 지위 등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쓰여 있다.

나는 Part 1의 박정희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변화, Part 2의 현 대한민국의 단면을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명한 부분을 가장 흥미롭게 읽었다.

먼저 Part 1에는 박정희 시대에 삼성, 현대가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한다. 당시에는 이런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끌어내는 방법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오늘날에는 부작용도 존재한다고 말한다.

한국 경제에는 이 경영자들이 필요하며,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의 경영인이 감옥에 갇혀 있으면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것이 이러한 사면 복권의 이유로 흔히 거론되곤 한다. 물론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러한 범죄인들이 선고된 형을 모두 살게 해 더이상 유사한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p.48)

전체적인 그림을 놓고 볼 때, 거대한 재벌 기업들은 전 세계가 구입하는 제품들을 만들어내는 고도의 효율성을 갖춘 집단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에 더욱 필요한 것은, 전능하신 저 거대 기업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당당히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저 대열에 참여하는 새로운 사업가들이다. (p.49)

Part 2에는 체면을 중시하는, 엄청난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영어에 집착하는, 신상을 사랑하는 오늘날의 한국인을 말한다. 나도 거의 다 해당되는 것 같다. 나에겐 당연한 것이 저들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서 그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과열된 영어 교육의 현실을 설명한 부분이다. 이렇게까지 영어교육에 돈을 쓰는데 영어를 이렇게까지 못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절대로 죽지 않을 시장이라는 확신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영어교육에 막대한 돈이 지출되는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2009년, 학원가에서 벌어들인 전체 이익은 약 7조 67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같은 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보다 큰 액수로, 그 중 절반가량이 영어학원에서 나왔다. 게다가 여기에는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과외 선생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교재비, 시험 응시료, 영어 전자사전, 해외 영어 연수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돈 등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p.176)

앞서 말했듯이 다니엘 튜더의 책이 『비정상회담』의 토크와 컨텐츠가 다른 점은 외국인이 나보다도 우리 역사를 더 잘 안다는 것이다. 현상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현상에 영향을 미친 과거 역사도 함께 설명하고 있다. 종교 파트에 대한 부분을 읽던 중, 19세기 선교사가 말한 모습이 21세기에도 여전함을 느꼈다.

19세기에 한국에 왔던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사회적으로는 유교에 따르고, 철학적인 생각을 할 때는 불교도가 되며, 곤경에 빠지면 무속을 숭배한다.” (p.360)

그리고 먼 미래에 21세기를 되돌아 볼 때, 현재의 기독교가 고려 말기의 불교처럼 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나도 기독교지만 지금의 기독교는 분명 여러 가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물론, 모든 기독교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려 말기에 이르러 불교는 타락한다. 부패와 깊숙이 연루되었던 것이다. 승려가 누리는 여러 가지 혜택 중 세금을 내지 않는 특권은 진짜 승려뿐 아니라 가짜 중들도 대거 출현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다보니 그들은 막대한 돈과 땅을 확보하게 됐고, 그들의 영향력 또한 커진 것이다. (p.346)

이런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책은 전반적으로 ‘잘 쓰여졌다’. 내가 이런 평가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없겠지만, 30년 이상 한국에 살면서 느낀 대한민국에 대해 외국인이 어떻게 이렇게 잘 쓸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영국에서 10년을 산다고 해도 영국에 대해 절대로 이렇게 쓰지 못 할 것이다. 물론, 아래 같이 어이 없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래 같은 것은 거의 없다. 다른 이야기들이 정말 잘 쓰여져서, 외국인이 읽었을 때 아래 이야기도 사실로 받아들일 것 같다 :)

흥미롭게도 11월 8일은 ‘브라데이’인데, 이날은 남자가 자신의 특별한 상대에게 브래지어를 선물하도록 되어 있다. 그린데이는 커플들이 초록색 옷을 입고 숲속을 걷는 날이라고 한다. (p.169)

한 달 내내 축제 같았던 2002년의 6월이 생각난다. 우리에겐 월드컵에서 1승도 못 했던 대한민국이 믿기지도 않게 4강까지 올라갔던 한 달로 기억에 남지만, 외국에서는 훨씬 더 큰 의미로 남는 모양이다.

외국인들에게 발전된 조국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동시에 기대하지도 못했던 4강 진출을 이룩한 환희가 더해진 덕분에, 한국인들은 전혀 다른 종류의 국가주의를 최초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전까지의 방어적이고 위험에 쫓긴 종류의 것이 아닌, 순수하게 긍정적이고 자부심 넘치는 국가주의였다. (p.401)

생각해보면 2002년 이후로 이렇다 할 좋은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때의 임팩트가 워낙 컸기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 특별히 기억나는 좋은 기억이 없다. 특히 요즘에는 있어서는 안 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며 더욱 그러하다. 말 그대로 기쁨을 잃었다. 부디 새해에는 각자가 기쁨을 잃지 않길 바란다. 아니, 그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