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를 선호하는 기업들은 잘못된 것일까?
한국일보에서 이공계만 찾는 기업들.. 취업률 0인 인문계 학과 전국 402곳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페이스북에 이 기사를 당연하다는 내용과 함께 올린 분이 있었는데 댓글에서 문과분과 토론과 말싸움의 중간쯤 되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대충 읽다가 너무 길어서 포기했지만 뉴스기사의 인기 댓글은 다 읽어보았다.
기업들은 왜 이공계를 선호할까? 기사에도 나와있지만 배경 지식이 문제다. 세일즈를 예로 들자면 물건을 하나 팔더라도 상품에 대해 잘 이해하는 사람을 원한다는 것이다. 인문계 출신은 이제까지 상품을 잘 파는데에는 유리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점점 고도화되는 기술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iPhone 3GS가 나왔을때의 이야기인데 당시엔 아직 Wi-Fi가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대리점에서 “이 폰 Wi-Fi(와이파이) 되요?” 라고 물어보자 “음⋯ 그건 모르겠구요 위피는 되요” 라고 대답해주었다. Wi-Fi는 무선 네트워크 용어인데 통신 판매업 대리점에서 공학 용어를 몰라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누구나 Wi-Fi를 쓰니까 ‘와이파이’란 단어를 모르진 않는다. 공학적 용어가 일반인에게 널리 쓰이기 위해선 iPhone 처럼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무언가가 널리 보급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하고자 하는 것들은 이미 퍼진 것에 덧대는 작업이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팔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팔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은데 새로운 지식은 배경에 공학적 배경을 깔고 있게 되므로 인문계로썬 곤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공부하면 된다. 이제까지 공부해서 잘 커버해왔었다. 문제는 학습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문계생에게 공학적인 무언가의 기초를 가르치는 것 보다 이공계생에게 인문적인 무언가의 기초를 가르치는 것이 더 비용이 적게 든다. 이건 인문계통 지식보다 이공계통 지식이 더 많은 배경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식의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단순히 세일즈만 생각하더라도 이공계 상품을 파는 시점에서 이공계를 뽑는게 더 유리하게 된 것이다. (당연한 이치라고 본다.)
사실 이 문제는 인문학을 경시한다는 부분으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본다. 기업은 실용성을 생각해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넣는 것이 중요한데, 기업의 질적인 측면에선 인문학적 소양등이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1차적으로 필요한건 기술력이다. 영어를 못하는 영어 통역사는 필요 없다.
문제는 대학을 취직 알선소로 생각하는 마인드에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본디 공부를 하는 곳이다. 공부에 뜻이 없는 사람들이 학벌주의에 의해 등떠밀려 너도 나도 대학 진학을 하는 현상 자체가 기형인 것이다. ‘인문학’ 자체를 전공한 사람에 대한 수요는 당연히 매우 적을 수 밖에 없는데 이것을 두고서는 “인문계는 공무원 말고는 답이 없다.” 같은 말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시 되는 것은 기존에 인문계열을 우선해서 뽑던 부분에서조차 IT를 이유로 이공계로 눈을 돌리는 것인데, 난 이걸 오히려 IT 경시라고 생각한다. 이건 기업이 IT에 관심이 많아졌다기보다는 IT 인력을 뽑는것을 추가적인 인력 배당으로 생각하지 않고 기존 인원 충원 방식 내에서 해소하려고 하는 태도로 보인다. 인문계열이 필요한 자리엔 인문계열을, IT 인력이 필요한 곳엔 IT 인력을 뽑아야 맞지 않겠나?
이 현상에 대해서는 일단 학벌주의를 좀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취직을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는걸 인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술은 누구에겐 IT 지식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영어 회화가 될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겐 동대문 시장에서 옷 싸게 사는 법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스팩’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기술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진짜 자신이 실무에서 쓸 지식이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기술을 익혀서 그쪽으로 나가는게 맞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