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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후회: 전략적 시도의 중요성

September 22, 2014

늦은 후회: 전략적 시도의 중요성

오늘 친구 박모군과 대화를 하다가 깨달은 사실이 있다. 나는 입학사정관 방식의 입시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뒷북을 치며 후회를 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고등학생들은 나같은 바보짓은 하지 않길 빌며 경험담을 써본다.

나는 고3 초반까지만 해도 대학에 갈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었다. 등록금등을 생각하면 그 돈으로 책을 사서 보는게 더 기술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1학년때 과학선생님의 계락에 낚여서 적성고사 문제지를 마주하게 되었다. 문제가 재밌어보여서 줄창 그것만 풀다가 입시에 도전하게 되었다. 도전한 학교는 내신을 안보고 적성고사를 보는 학교들. 내가 내신이 더럽게 안좋았으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6개 정도의 학교에 응시했던 것 같은데 나는 “적성고사는 내 적성이 아니다.” 라는 어렴풋한 불안감을 적성고사 시험장에서야 직감했다. 적성고사 예비문제는 많이 풀어봤지만 속도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느긋히 생각해야 하는 타입에 가까운 듯 하다. 당연히 시간이 모자라고, 어떤 문제는 풀 줄 모르고(이과였지만 수포자라서 수리 문제는 풀 수가 없었다.) 난리가 났었다. 당연히 모두 불발했다.

이렇게 불발파티가 벌어지던 와중에 내게 적성고사를 추천하셨던 선생님이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오셨다. 바로 자기추천 전형, 지금의 입학사정관 제도이다. 다른 수시와 다른점이라면 내신 반영 비중이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면접을 봐야한다는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면접이 곤란했다. 면접 외에도 원서비로 이미 너무 많은 돈을 탕진한 문제도 있었고 정신적인 데미지를 너무 입어서 자신감도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나는 한참 선생님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자기추천 전형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학교에 (멋도 모르고) 지원했고, 너무 싱겁게 붙어버렸다. 붙은 학교는 여기 뿐이라서 여기로 오게 되었다.

당연하지만 내 내신 상태로도 가볍게 들어갈 수 있는 학교였던지라 학교로써의 기능은 부실하기 그지 없다. 여기와서 딱 하나 장점이 있다면 나같은 멍청이도 장학금을 탈 수 있었기에 학비 부담이 덜했다는 점 뿐이다. 학교에 대한 불만을 쓰다보면 너무 장문의 글이 되고 교수님과의 면담이 준비될 지도 모르는 관계로 생략한다. 여튼 이런 학교에서 좋은 학점을 받아가며 나이를 먹었지만 장학금 외의 보람은 느끼지 못했고, 그러던 와중에 소마에 지원했다. 그리고 붙었다.

소마에 붙은 지금와서 보면 당시 자기추천 전형은 꽤나 경쟁이 덜 했던것 같다. 지금 입시 준비생들이 아프리카까지 가서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오는걸 생각하면 정말 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자랑은 아니지만 중고등학생때 만든 웹게임이 대학교 졸업작품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걸 생각하면 자기추천이 가능했을 것 같다. 원서비는 거지같은 적성고사 몇개만 안봤어도 되는 일이고, 가장 곤란한 면접도 동국대측에 문의해서 사전에 양해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왜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까 싶어 정말 아쉽다.

물론 자기추천 전형을 썼다면 학교가 좋고, 학생들의 수준도 덩달아 올라가므로 학점도 지금처럼 잘 받진 못했을테고, 따라서 장학금도 못받아서 가계에 부담이 됬을거다. 하지만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지금와서 입학사정관 전형을 하는 걸 보면 너무나도 어려워보인다. 소마에 와있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무서울 지경이다. 뭐, 이렇게 상상하는 것 자체가 이제는 바꿀 수 없는 과거에 ‘if’를 붙이는 행동이므로 의미는 없지만, 이걸로 볼 때 시도를 해보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지금 나는 대학원을 갈지 어쩔지로 고민중인데 취직이 되면 그게 최선일지도 모르지만 카이스트 대학원에 가보라는 주변의 말이 많다. 자기추천 전형으로 고민하던 당시의 상황과 비슷한데 이번에는 도전해보는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요한것은 근거없는 용기나 자신감보다는 전략적 시도인 것 같다. 물론 시도하기 위해서는 용기나 자신감이 필요하지만, 전략이 합당하면 그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나온다고 본다. 내가 자기추천에 쓸 전략을 지금정도로만 확실하게 그릴 수 있었더라도 그때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결과야 알 수 없는거지만 필요한거라면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전략이 현실적인 자신감을 주고, 현실적인 자신감이 미래 전략을 세우는데 공헌하는 것 같다. 앞으로는 좀 더 생각을 하고 살아야지 싶다. ㅠㅠ.

근데 “취직은 어쩌지?” 라던가 “대학원을 가는게 나은 선택인가?” 등의 고민을 하는 자신을 보면 이 전략이란것은 쉽게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지식 범위 밖에 있는 것은 전략이 세워질 리 없다. 이럴땐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는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난 아직 취직/대학원 질문에 대한 질문을 누구에게 해야 현실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 교수님은 (학교의 취직률등을 생각한것으로 추측되나) 취직이나 하라고 하고, 가족들은 학벌이 주는 겉멋에 취해있다. 지금 내가 세운 전략은 둘 다 확실하지 않으므로 다른 시도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도전해보는 것 정도이다. 조언을 줄 사람을 찾고 있으니 많은 연락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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