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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자격증이 정말 필요한가?

April 24, 2015

IT 자격증이 정말 필요한가?

내가 컴퓨터와 친하다보니, 대학 친구랑 대화하다보면 꼭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자격증이다.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하냐던가, 어떤 자격증이 취업에 좋냐던가 하는 이야기인데 나는 늘 이렇게 이야기 한다.

“IT 자격증은 필요 없다.”

IT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가 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내 경험과 생각의 흐름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tl;dr: 지금의 IT 자격증은 너무 많이 치팅당하고 있으며, 자격증이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회사가 대부분이라서 다른 경력을 쌓는 것이 더 이득이다.

내가 IT 자격증(이하 “자격증")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초6이었다. 당시 컴퓨터 선생님이 워드프로세서 3급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는데, 그때 워드프로세서 3급을 땄다. 아주 콩알만한 초등학교였고, 별로 딴 사람도 많지 않았기에 자격증을 전교생 앞에서 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하는 짓거린가 싶지만) 나는 그때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간지나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취업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오고, 자격증이 있으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곤 했다. 내가 들은 이야기는 대략 두가지다. “취직 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한데", “XX대학교 전형 쓸때 ~~ 자격증이 있으면 한번에 붙는다더라.“ 그래서 입시등등에 대한 질문을 하라고 하는 교생선생님에게 물었다. “저는 PHP에 관심이 있는데 PHP를 하는 사람은 어떤 자격증을 따야 해요?” 교생선생님은 며칠을 조사해보더니 “응, PHP에 관심이 있으면 리눅스마스터나 정보처리기사, LPIC 같은걸 따면 될 것 같아.” 라고 답해줬다. 당시의 나는 그냥 그 이름만 듣고 넘겨버렸다. (허구헌날 야자만 하니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대학에 왔다. 교수들이 자격증 노래를 부른다. 학과에는 CCNA 스터디 동아리도 있었다. 나는 이때까지 당연히 자격증을 따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생각해볼수록 이상했다. “왜 IT쪽에서는 워드프로세서 같은 자격증은 의미가 없다고 하는걸까? 너무 쉬워서?”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비IT계통에서 워드프로세서등의 사무용 SW자격증 취득에 사람들이 너무 열을 올리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여기서부터다.

사무용 SW자격증은 왜 필요로 할까? 그것은 사무에 사무용 SW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워드프로세서는 한글이나 MS Word, MOS나 ITQ는 PowerPoint, Excel등의 사용법을 알아야 취득할 수 있다. 업체들이 이들 자격증을 최소 기준선으로 명시하는 것은 “이 자격증도 못 딸 정도면 올 생각을 하지 마라” 라는 의미로 보아도 될 것이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PowerPoint를 개발한 MS직원이 MOS 자격증이 없다고 치자, 이 사람은 저 회사가 요구하는 작업을 할 수 없을까?

실력이라는 것은 RPG 게임에서의 레벨이나 퀘스트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점차 누적되고, 그 누적된 내용이나 방향성이 모두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을 수치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람은 하한선을 두고 그 선을 통과했는지 보는 방법으로 평가 절차를 단순화 하곤 한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 1학년의 받아쓰기를 초등학교 1학년과 국어국문학과 교수에게 같이 보게 했다고 치자. 둘 다 100점을 받았으면 초등학생과 교수는 동급의 실력인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하한선만 기준으로 두면 명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럼 왜 기업들은 자격증을 볼까? 합리적인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실력만 충족되면 되기 때문에 하한선만 보면 되는데 그 평가를 위해 많은 비용(시간이나 사내 면접 테스트등)을 들이기 싫기 때문이다. 그럼 나머지 업체들은 무엇일까? 사실 그 업체들은 자격증에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인사과정에서 사람들을 평가하고 보니 동점자가 발생할 경우 이왕이면 다홍치마, “그래도 그나마 나은 사람을 뽑아야지" 라는 생각에 자격증이 하나라도 더 있는 사람을 뽑는거다. 나는 사실 쌍둥이를 평가해도 동점자가 나올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동점자가 나온다는 것은 평가 기준이 잘못 된 것이다. 무언가 더 엄중하게 평가해야하는 부분을 놓친거라고 할 수 있다. x + 2 = 2x – 4 라는 수식을 푼다고 해도 어떤 사람은 답만 적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풀이까지 상세히 적어가며 에상독자가 읽기 쉽게 설명할 수 있다. 대개 자격증이 반영되야할 상황이라면 “이 사람이 적합한가?”에 대한 평가가 누락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IT업계에선 자격증을 봐야하는 경우가 있었다. (문장이 과거형임에 주목하자) 바로 SW 기술자 노임단가제때문이다. 정부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인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SW 기술자가 필요했는데, 정부의 기준은 바로 정보처리기사 자격 취득 여부였다. 상당수의 IT기업 (특히 SI 회사들)이 정부과제에 의존성을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정보처리기사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IT산업은 맨먼스등이 먹히지 않는 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16년만에 이 제도는 폐지됬다. 문제라면 이 제도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SW 기술자 노임단가는 매년 산출되어 나오고 있으며, 정부과제 계약시에도 암묵적인 기준액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는 모든 기업이 저 노임단가만큼의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따라서 현재로써 자격증은 하한선으로써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아무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하한선으로써의 자격증조차도 사실 그 의미를 잃었다고 본다. 국내에서 가장 쉬운 자격증으로 평가되는 워드프로세서를 예로 들어보자. 워드프로세서는 워드프로세서 활용 능력과 PC 운영체제에 대한 지식, 정보 활용능력등을 평가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워드프로세서를 따기 위해 한글 프로그램의 메뉴를 하나씩 다 눌러본다던가, OS 공부를 위해 전공 서적이나 논문등을 읽어보지 않는다. 이미 시중에는 워드프로세서 취득을 위해 최적화된 공략서가 나와있으며, 그 책을 한번 풀어보는 정도로도 손쉽게 취득이 가능하다. 국내에 공략서가 없는 해외 자격증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덤프(dump)라는 이름으로 이전 회차의 기출문제가 유통되고 있으며, 덤프만 몇번 풀어보아도 이미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을 풀 수 있게 된다. 덤프로 인해 시험 자체가 공략당해버린 것이다. 당연히 자격증이 처음 나왔을때 계산된 ‘하한선’은 덤프로 인해 공략당해서 낮아져버린 ‘하한선’보다 월등히 높기때문에 자격증의 가치 자체가 추락한다.

이러한 자격증으로 인한 비효율 문제는 피고용인이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안한다고 해서 남들이 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피고용인 입장에서는 “그래도 (자격증 취득을) 안하면 나만 뒤쳐지는걸"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용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좀 더 효율적인 인사를 해서 뭘 보고 구별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자격증을 보고 고르는 사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자격증을 보지 않고 무엇을 봐야 정말 필요한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사실 이미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 뭘 했는지를 상세히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수상경력, 출판, 논문, 블로그, 공개 자료, 보도자료 등의
어떠한 형태로건 자료가 남는다. (자신이 하는 것이 이러한 것이 남지 않는다면 남기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자료들과
그에 얽힌 스토리만 보아도 이 사람이 정말 필요한 사람인지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도까지의 생각을 하게 되는데에는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 과정에서 멘토링을 겪으면서 느낀 바가 작용한 것도 크다. 내 생각에 자격증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 그래서 나는 자격증 취득을 강조하는 행위 자체가 음의 신호라고 생각한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들이는 시간으로 보다 더 실용적인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컨데 개발자라면 자격증 대신에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배포해보는 경험이 더 유익하고, 요리사라면 자격증 대신에 자신만의 요리비법 블로그 같은 것을 운영하는 것이 더 쓸모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식당을 하려면 최소한의 요건인 조리사 자격증은 있어야겠지만 이것은 자격증이라기보단 면허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은 (당연히) 모호한 자격증보다는 실제적인 경험증명을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직장은 매우 형식적인 인사채용으로 인해 내부적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한 비효율이 만연해있을 확률이 높다고 본다.

이 글은 그저 이제까지의 내 생각일 뿐이다. 이것이 불변의 진리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로썬 이게 그나마 더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뿐이다. 실제로 친구들과 대화해보면 자격증이 꼭 필요한 분야도 존재한다. 왜 이렇게 유독 IT분야의 자격증만 치팅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씁쓸한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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