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서비스로서의 대학
대학이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대학에 집중하지만 정작 대학이 무엇을 해야하는 곳인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대학은 교육 서비스 기관이며, IT 학과는 학부생에게도 그에 합당한 IT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 주장해보려 한다.
위키백과에 따르자면 대학은 학술과 연구를 병행하는 고등교육기관이다. 즉, 공부와 연구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실의 대학은 전혀 그렇지 않아보인다. 공부와 연구는 대학원생들만 하고 있고, 학부생은 단지 졸업장을 따기 위해 시험에 대비할 뿐이라는 느낌이다. 대학 졸업장에 의존하는 학벌주의와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인 인사체계는 이 글의 범주 밖이니 넘기더라도 대학 그 자체의 운영은 이상함이 많다.
일단 학생들이 공부를 할 의지가 없다. 이 문제는 여러 원인이 있는데, 하나의 원인은 자신이 전혀 관심 없는 분야로 진학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담임선생이 내신이나 수능 성적에 맞춰서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학과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이 문제는 대학교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정말 문제시하고 싶은것은 또 다른 원인 <강의를 유익하게 하지 못해서> 라고 생각한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학부강의는 터부시되는 경우가 많다. 학부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학부를 교육이 아닌 수입창출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그렇게 번 돈을 대학원에 투자하고 난 다음 학교 부지를 넓히거나, 건물을 늘리거나, 홍보를 하거나 하는 식으로 학교의 확장에 사용한다. 그리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대학이 돈을 버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대학이 쓴 돈이 정작 최대 지출자인 학부생을 위해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대체적으로 대학을 졸업장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뿐 공부는 별 관심이 없다던가, 아니면 지금 이루어지는 학교 수업에 만족한다던가 하는 생각이 깔려있다. 전자는 논외이고(이 글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다), 후자는 행복한 학생이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학교 수업에 만족하진 않는다. 다른 모든 사람이 부정하더라도 내가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대로인 학교 수업 수준에 비해 계속 오르는 등록금에 납득하지 못했다. (수원대에서 이것 관련으로 소송을 걸어 승소한 사례도 있으니 참조하자.)
구체적으로 무엇에 만족하지 못했는지를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밑도끝도 없어지므로 간단히 말해보자면, 필자는 IT관련 학과에 다니고 있는데 단 한번도 학교 교육을 통해 교육 내용과 연관된 유의미한 프로그래밍 실습을 못해봤다. HTML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용 홈페이지 하나 HTML로 코딩하지 못하고, 자료구조를 배웠다는 학생들이 Stack이나 Queue를 직접 구현할 수 없고, 실제로 배운것들을 어떤 상황에 써야하는지도 몰랐다. IT교육에서 코딩이 전부는 아니지만, 코딩을 해봐야만 하는 부분들을 그냥 넘겨버렸다. 그 결과 학과 학생들의 대체적인 수준은 구구단을 책을 보지 않고는 짤 수 없다. (책을 보고도 못짜는 사람도 많을거라 생각한다.) 이게 다 우리 학과 학생들만 특별하게 학습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일까? 같은 강의를 들은 내 입장에서 보기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교수들에게 교육의 의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열악한 학업 성취도를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교수들이 의도적으로 방치하는거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 결과 교육의 질이 점점 나빠졌고, 학생들은 점점 더 망가졌다. 나는 이 원인이 다 교육 서비스로서의 대학이 무시되버린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학을 교육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돈을 냈으니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교육을 제공해야만 한다. 교육의 질이 낮은채 개선되지 않으면 그 대학은 유지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맛도 없고 서비스도 엉망인 식당이 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학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한, 동네 컴퓨터 학원에서도 받을 수 있을법한 그저 그런 교육이 아니라 정말 교수라는 지성체에게서 얻을 수 있는 해당 학문의 정수를 맛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심도 깊은 교육은 학부레벨에서 불가능하더라도, 적어도 동기부여정도는 될 수 있을 정도의 맛보기는 제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관점에서 학생은 당연히 보다 나은 강의를 대학과 교수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학교는 차별과 무시로 일관했다. 강의에 대한 유일한 평가수단인 강의평가는 영향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학생들은 강의평가가 익명이 아니라 실명으로 처리될까 무서워하며 강의평가에서조차 아부를 떨어야 한다. 우리학교만 이런거면 다행이겠지만 다른 학교도 상황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물론 내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는 공감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러니 나에게도 그쪽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우리학교 교수는 학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내게 강요했다. 도대체 무슨 학교가 그렇냐고 물어보고싶은 분도 계실텐데, 아직 밝힐 수 없다. 나는 아직 이 학교 학생으로 소속되어있는데 내가 학교 이름을 밝히면서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학교와 교수측으로부터 보복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에 밝힐 수가 없다. 내가 이 학교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면 그때는 1학년 1학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강의와 행사에 대해 기억나는 모든 것을 밝혀서 나에게 굴욕감 서비스를 제공해준 학교에게 복수하리라. 그때는 텀블러 말고도 네이버 블로그에도 올리고, SEO도 확실하게 해서 검색하면 잘나오게 할 것이고, 대학교육에 관련된 정부 부처에도 공개적으로 발송할 생각이다. 치졸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한 나의 분노는 그렇게 하고도 식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