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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 만화방 즐거운 작당 후기

April 27, 2015

상수동 만화방 즐거운 작당 후기


 
만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만화방과는 거리가 멀다. 워낙 읽는 속도가 느려서 시간제로 돈을 내면 그냥 사서 보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인데, 만화방치고는 이례적으로 Hot한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수동 만화방 즐거운 작당을 찾았다. (정말 어색하지 않은가, 만화방과 Hot 플레이스)
 
사진 한 장 안 찍었기 때문에 생동감 넘치는 후기는 기록할 수가 없지만, 10년 이상 만화책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간절하게 원했던 ‘만화가 영화처럼 대접받는 분위기’가 이 공간 안에서 만큼은 이뤄진 것 같아 그 묘한 기분을 남겨보고자 한다.
 
약 12~13년만에 만화방을 찾았는데, 마지막으로 갔던 만화방과는 분위기가 매우 달랐다. 무협지를 쌓아놓고 보는 아저씨도 없었고, 담배피는 사람도 없었고, 마지막으로 혼자 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게 제일 신기했다. 대부분이 또래 친구나 커플이었다. 물론, 주말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10년 이상 안 찾았기 때문에 틀릴 수도 있지만, 보통 만화방이라는 곳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혹은 죽이는) 곳이다. 만화책이라는 매체 특성상 둘 이상이 함께 즐길 수가 없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데다가, 그 동안의 만화방이 대개 그런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그런데 동일한 업종을 다른 방식으로 팔았다. 다방이 커피만 팔고, 스타벅스가 공간과 문화를 팔았다는 것에 비유한다면 비약일까. 여하튼, 나에겐 첫 인상 자체가 놀라웠다.
 
앞서 언급했듯이 내가 읽는 속도가 느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2시간 동안 커피 한 잔과 함께 3~4권을 보면 사서 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경제논리를 내세우면 사서 보는 것이 합리적인데, 사서 보면 오타쿠고 여기서 보면 커피와 함께 즐기는 데이트 코스인 것이다.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점에 감탄하고 있다 :) 나는 10년을 사이트 운영해도 오타쿠 모임 운영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가 다른 곳보다 비싸게 받는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책 셀렉션 때문이다. 대부분의 만화방이 구색 맞추기식으로 (망한 만화방에서 구한) 중고를 잔뜩 가져다 놓고 새로운 책을 안 넣기 마련인데, 단가가 비싼 그래픽 노블과 웹툰 등이 많이 갖춰져 있어서 놀랐다. 만화 소장하는 개인들도 보통은 5000원 남짓의 코믹스 판형을 선호하고, 이런 고가의 책은 지르기가 망셜여지는데 소장하기 전에 한 번 훑어보기에 좋은 공간이 될 수 있다. 물론, 소장하지 않는 일반 독자들에겐 말할 것도 없고.
 
이 만화방은 오픈하기 전부터 관심 대상이었다. 이름만 알던 사이였지만 나의 전 회사에서 근무하신 분이 차린 가게라서 잘 되길 바랐었는데, 상수동을 잘 찾지 않다보니 이제서야 방문하게 됐다. 이 날은 여자친구랑 가서 덕력 자제해가면서 봤는데, (체력이 따라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밤샘권이라도 한 번 써볼 날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간만에 전 회사 커피맛도 반가웠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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