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내가 쓰러진 그곳에서

December 20, 2017

내가 쓰러진 그곳에서

분명 아침이었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캄캄한 밤이었다.
몸이 서서히 안좋아지고 있었는데 회사일에 치여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다가
어느날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서 1년 정도 회사를 쉬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을 이것저것그럭저럭
회사라는 곳에 얽메이지 않고, 아니 출근에 얽메이지 않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불쑥 점심시간에 찾아가 만나고
하고 싶었던 작업도 해보고 세미나와 이모콘에서 발표도 했었다.

무엇보다 몸무게를 거의 15kg 가까이 빼고 (그래도 겨우 3자리수를 면한 것은 함정)
입을 수 있는 옷의 가짓수를 늘릴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그렇게 1년을 마무리하고 다시 복직을 하고
이제 9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휴직 전보다 조금은 더 단단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돌아온 업무는 조금 더 딱딱했다.
몰아치는 새로운 업무들과 나의 기대의 괴리감이 점점 더 큰 스트레스가 되어
조금씩 내 몸에 지방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괴로워지고, 마음도 다시금 휴직 전 상태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1년 전과 같이 아침부터 밤까지 잠만자는 하루가 또 찾아왔다.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일에 치이다가 결국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딴짓을 만들기 시작했다.
중학생들을 만나 하루동안 앱 기획 워크샵 자원봉사를 하고
기획자들을 에게 웹의 역사과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미니 강의도 진행하고
취업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대학생들과 진행하는 간담회도 참여했다.

조금씩 숨이 쉬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해 선명한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었다.
올해는 거의 어떤 선택도 없이 끝이 났지만
내년에는 선택으로 가득한 한해가 될 것 같다.

내가 쓰러진 그곳에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