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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Column] 맥북을 위한 변호.

March 12, 2015

[KudoColumn] 맥북을 위한 변호.

시대를 너무 앞서 나갔다고 살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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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발표한 신형 맥북.
(출처: Apple)

이번 애플 이벤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형 맥북은 내가 벌써 세 번째로 ‘컨셉트 노트북’이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녀석이다.

첫 번째는 맥북 에어였다. 2008년에 나온 맥북 에어는 처음으로 애플이 전면 무선화를 외친 노트북으로, USB 포트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또한, 에어를 위해 인텔이 특별 개발한 CPU도 성능이 애매해 당시 가격 $1,799의 성능이 나오질 않았다. 에어가 지금의 모두가 칭찬해 마지않는 노트북이 된 것은 애플이 디자인을 한 번 뜯어고치고 나서였다.

두 번째는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였다.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도입하고 나서, 애플은 이를 맥에 처음으로 채용했다. 아직 웹이나 다른 앱들이 이에 대한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다행히도 맥 앱들은 빠른 속도로 적응됐고, 웹은 여전히 적응이 현재 진행 중이다. (완전히 적응될 때까지는 OS X의 이미지 렌더링으로 어떻게든 땜빵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맥 라인업에 퍼지기 시작하였고, 작년에는 심지어 27인치 아이맥에도 적용되었다. 이 두 번째 컨셉트 노트북은 나도 샀고, 잘만 쓴지 2년이 넘었다. (그리고 주변에도 쓰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렇다면 세 번째. 새 맥북을 보도록 하자. 맥북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비난을 날렸다. 내가 아는 주위 사람들도 비난의 화살을 날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실 모든 비난의 초점은 단 하나. 단 하나의 포트였다. 새 맥북에는 단 하나의 USB-C 단자가 들어간다. 이 단자는 이제 막 상용화가 시작된 새로운 표준 규격으로, 양쪽으로 끼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거 하나로 충전, USB, HDMI 출력 등이 모두 가능하다. 이제 막 상용화가 시작됐으니만큼 지원하는 것이 적은 것도 모자라, 애플은 이 포트 하나만 탑재했다. 지금까지 맥북 시리즈의 충전을 책임졌던 매그세이프조차 빠졌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이 포트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애플에서 판매하는 어댑터를 쓰는 것뿐이다. (물론, USB-C는 표준이기 때문에 매그세이프와 달리 앞으로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어댑터가 나올 것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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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사이즈 키보드에 대한 애플의 집착은 덕분에 글 쓰는 사람에겐 매우 편하다.
(출처: Apple)

하지만 나에게는 계속 이 노트북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그 이유는 아이패드다. 2010년 “포스트-PC”를 당당히 외치며 나온 아이패드였지만, 나는 요즘 내 아이패드를 거의 안 쓴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적인 걸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작정하고 한다면 할 수는 있지만, 많이 불편하다. 특히 글을 쓸 때. 일을 할 때나 과제를 할 때나 글을 쓰기 마련인데, 아이패드의 키보드는 이를 하기엔 많이 불편하다. 처음에야 신기해서 많이 했다지만, 결국은 진짜 키보드가 그리워지기 마련인 것이다. (특히 터치 스크린으로 장시간 타이핑을 한다는 건 고역이다.)

게다가 iOS 자체 한계의 문제도 컸다. 물론 개발자들이 iOS를 위해 좋은 앱 만들기에 힘써주시긴 했지만, 여전히 내가 일하고 공부하는 스타일에 맞는 앱은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앱도 앱이었지만, iOS 시스템 자체도 문제였기도 했고. 그러다보니 나는 아이패드에 키보드와 트랙패드가 달리고, OS X이 돌아가는 무지하게 가벼운 노트북이 나오면 딱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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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맥북의 무게는 0.92kg으로, 내 맥북 프로의 반도 안 된다.
(출처: Apple)

놀랍게도, 애플은 나의 바램을 정확하게 맥북으로 실현시켜줬다. 사실 맥북의 하드웨어를 면면히 뜯어보면 아이패드와 상당히 흡사하다. 충전도 겸하는 데이터 포트 하나, 레티나 디스플레이, 무지하게 얇고 가벼운 디자인, 보통 사람의 일상적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배터리(웹 서핑 시 9시간). 그 외의 차이점은 전부 내가 바랬던 것들이다. 키보드와 트랙패드, OS X, OS X을 지원할 만한 내부 사양. 이렇게 태어난 신형 맥북은 내가 밖에 나갈 때 들고나갈 수밖에 없는 2kg짜리 맥북 프로보다 더 가볍고, 잉여로운 아이패드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나에게 USB-C 단자가 하나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따금씩 사진 작업을 하려고 할 때 문제는 되겠다. (SD 카드 리더가 없는 건 좀 그렇긴 하다. 사진을 맥북 드라이브에 옮기고 작업한 다음에 나중에 사진을 저장하는 외장 드라이브에 다시 옮겨야하는 번거로움은 있을 거 같다. 아, 그리고 솔직히 맥북의 사양을 보면 라이트룸 정도는 문제없이 돌릴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보통 때의 상황에서 맥북은 나에게 최고의 노트북이다. 아이패드를 팔고 하나 사는 걸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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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스페이스 그레이가 최고시다.
(출처: Apple)

너무 앞서나갔다고 해서 그 제품이 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 미래에 맞는 사람이 현재에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난 오히려 이렇게 과감한 시도를 하는 애플을 칭찬하고 싶다. 최근 노트북의 발전은 애플이 거의 다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북 에어를 통해 울트라북이라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어냈고,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노트북에도 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가 뒤쳐지고 있다는 게 문제지만.) 내 생각에는 이번 맥북도 새로운 노트북의 시작일 것만 같다. 아직 정확히 어디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맥북을 칭찬하는 나에게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있으니, 바로 가격이다. $1,299(159만원)은 좀 너무하잖아. 리퍼 제품 나오면 그거로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