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편견을 바꿔나가는 것
나는 만화를 많이 좋아하는 편인데, 의외로 뒤늦게 빠져든 편이다.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2월에 무의미하게 학교를 다니는 기간이 있었다. 시험도 다 끝났으니 수업도 제대로 안 하고, 비디오나 만화를 보는 것이 주요 일정이다. 예나 지금이나 1권부터 봐야하는 성격에 읽는 속도도 느린 편이라서 볼 수 있는 만화가 별로 없었는데, 우연히 본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20세기 소년』과 대표적인 추리만화인 『소년 탐정 김전일』 이다. 그 전에 접했던 만화들과는 차원이 다른 만화들이었고, 그렇게 내 20대는 만화와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20대 10년 동안 꼬박 코믹시스트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보냈는데, 이 때 제일 힘든 부분이 시선과 편견이었다. 나이가 몇인데 그런 것을 하느냐, 돈도 안 되는 것을 왜 하느냐, 만화를 왜 아직도 보냐, 왜 만화를 사서 보냐…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나한테 한 권이라도 사주고 잔소리를 하면 잔소리 값이려니 생각하고 듣겠는데, 그냥 무작정 잔소리를 한다. 최근에 화제가 됐던 웹툰 ‘노력을 비웃는 사람들에게: 내가 우습냐’ 를 보면서 정말 많이 공감했다.


최근에 우라사와 나오키의 인터뷰가 실려서 반가운 마음에 읽었는데, 이 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일본에서도 이런 시선이 있을 줄은 몰랐다. 양복을 입고 지하철에서 만화책을 보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나라라서, 이런 시선은 없을 줄 알았는데 완전 예상 밖이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도 ‘또 만화 같은 얘기하고 앉아있네’라는 식의 표현들을 쓰곤 하죠. ‘저는 만화는 읽지 않습니다’라는 사람도 있죠. 그건 곧 ‘저는 만화 따위 읽는 사람이 아니니까요’라는 우월 의식의 발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에서는 그 정도로, ‘만화’라는 단어가 일종의 차별용어가 되어 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 점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계속 짜증이 나 있었어요.
그래서 편견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 시도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정말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으면 좋겠다. 나는 코믹시스트를 운영할 때도 그랬고, 싸이월드에서 일할 때도 그렇고 “아직도 OO을 하냐, OO을 보냐. 나이가 몇인데” 라는 숙제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그래서 보기 좋게 그런 것을 깨주는 사례가 보고 싶다.
이제 거의 50년 이상 만화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만화를 보는 시선이 대중과 나 자신 사이에선 계속 달라요. 머릿속 어딘가의 이 ‘답답한 기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이런 편견을 바꿀 수는 없을까? 그런 모색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획한 것 중 하나가 올해 11월 9일 에서 방영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공부>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얀 종이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을 만화가의 시선으로, 노 컷으로 보여주면, 세상의 시선이 확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든 모두의 눈에서 비늘을 벗겨주고 싶었달까요. 다소 오만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게 프로그램의 첫 걸음이었습니다.